소청과, ‘폐과선언’ 의사회와 ‘과목사수’ 학회간 의견도 갈려

- 학회 “의사회 ‘폐과선언’ 공감하지만 과목 사수해야”... 갈등은 아니지만 원팀도 아니다
- 의사회, 일반진료 전환 트레이닝 센터 개원 준비... 보건복지부 대책은?

개원의 중심의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폐과를 언급하며 일반진료로의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교수 중심의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소청과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뜻을 밝히며 어긋나진 않았지만 엄연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 출처 : 의약신문

지난달 29일 대한소아청소년학과의사회는 소청과 과목에 대한 ‘폐과’를 선언하고, 대국민 작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현택 회장은 “소청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이 100% 국가 산업으로 편입되면서 의사들의 수입은 28%가 줄어들었다”며 “지난 10년간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기획재정부에 해결 방안을 지속해서 제시했지만 정부의 개선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소아진료 뿐만 아니라 피부과·정형외과 등 다른 과목의 분야를 공부할 수 있도록 개원의들의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학과학회는 다음날인 30일 “개원의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공감하면서도 “의사회의 권한 밖인 소청과 폐과 용어를 사용한 것은 과 자체의 존립의 문제로도 잘못 비춰질 수 있고, 국민적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소청과 전문 과목을 끝까지 사수하며,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지속적 소통과 협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게 희망이 없다고 표현한 의사회와는 대조적이다.

이렇듯 의사회와 학회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것이 한 과목의 두 단체간의 갈등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청과학회 김한석 기획이사(서울대어린이병원장)는 “개원의들이 ‘폐과’ 용어를 사용한 것에 우려가 있을 뿐, 기자회견을 통한 단체 행동은 이해가 된다”며 “학회와 개원의 간 갈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회는 소청과 의료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지속적 소통과 협상을 해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사회 역시 “개원의들은 손발을 잘라내는 듯한 아픔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지만 학회 교수들의 희생정신과 열정은 어디에서든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사회 회원들이 5000명에 육박하는 만큼 의사회 내부에서는 학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임 회장은 “의사회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의사회 주도의 트레이닝 센터는 오는 5월 개원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센터에서는 소청과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통증 클리닉 등의 수업을 제공한다.

이렇듯 개원의들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먼 길’을 떠나면서, 소청과에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폐과 기자회견 직후 보건복지부에서는 급하게 긴급대책반을 신설하겠다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의사회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15일 복지부는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 주재로 소청과 외래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소청과학회는 참석했지만 소청과의사회는 불참했다.

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임혜성 과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상황에서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주셨으면 의사회 회원들에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향후 논의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필수의료 문제가 대두된 이후 최소 2년간 복지부와 상의를 해왔다”며 “복지부는 그동안 의사회에서 제안한 정책 중 어떤 것을 반영할지 발표해야 한다. 면피성 회의만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의사회는 그동안 대통령 직속의 복지부·질병청·기획재정부·의사회 긴급 논의 기구 상설을 제안해왔다. 현재 소청과 문제가 시급한 만큼, 이 기구에서 통과되는 사안은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전공의·전문의·개원의를 포괄하는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개원의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데, 이는 소청과 특성상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통령 직속의 어린이청이 설립돼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 등의 절차가 필요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정부에서 정말 시급한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설립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저희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당연히 다시 소청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돌볼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