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에 시큰둥한 전공의·의대생들... “급해지니까 찾나”

- 대전협, 임총 개최에도 파업 참여 여부 상정 무산... 정족수 미달
- 젊은 의사 발언권 무심했던 의료계 “이제와서 전공의 역할론? 급해지니 찾는다”
- 의대생도 관심 매우 저조, 참여 안 하겠다는 의대생도 다수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연대가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의료계에 상처를 받은 후배를 앞세워 ‘과거의 영광’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급력을 기대하는 시선에도 “젊은 의사들을 필요할 때만 징집 대상으로 취급하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가 그리고 있는 총파업 계획에서 젊은 의사들의 참여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지난 8일의협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는 투쟁 로드맵을 공개하며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이 통과되고,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가 없을 경우에는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내용은 대전협 임시대위원회 총회에도 포함됐다.

의협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확대임원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전협 임총에서 논의가 잘 이뤄질 곳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이 단일 대오로 마지막 투쟁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대전협 측에) 전달했고, 비대위 지지도 부탁했다”며 “대전협이 지난 2020년 단체 행동으로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다고 답변했다. 투쟁 로드맵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또 전국 의대생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과도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지난 2020년 당시 동맹 휴학과 의사국가시험 거부 등으로 파업에 동참했지만 2021년 제 18대 회장단 임기 종료 이후 새 집행부를 선출하지 못해 2년 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20년 단체행동으로 의대생 조직력이 많이 와해됐지만 각 학교 내 조직은 살아있다. 각 시도의사회가 지역 의대생을 만나고 있다”며 “최근 의대협 전국 대표(비대위원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의대협에서도 이번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이에 대해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대전협 임총 후 "대전협은 기본적으로 비대위 로드맵을 존중한다. 이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강 회장은 "이번 임총에서도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 (로드맵에 맞춰) 필요한 부분은 계속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대전협이 전면 투쟁이나 대규모 파업에 동참 선언을 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러 전해진다. 실제로 의협 비대위의 기대와 달리 임총에서 총파업 참여 관련 안건 상정은 무산되기도 했다.

임총에서 수련병원 대표로 참석한 전공의 A씨는 “총파업 참여 여부가 거론됐지만 안건으로 올리는 것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면서 “간호법 등에 대해 의협과 공조해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공의 B씨는 이날 회의 분위기에 대해 “의협 비대위 계획을 공유하고 대전협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수준이었다”면서 “총파업 참여 여부 표결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추후 의결에 들어간다고 해도 의협 비대위가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전공의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며 “간호법이나 면허취소법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고, 대의원이 아니라 개별 전공의 단위로 가면 (총파업) 하자는 의견을 모으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의협 투쟁 과정을 바라보는 전공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공의들은 “의협 비대위가 2020년 단체행동을 해서 올린 성과를 재현하려고만 할 뿐, 의료계가 무엇을 잃었는지는 잊은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북지역의 한 내과 전공의 C씨는 “총파업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2020년 단체 행동으로 입은 상처가 아직도 여전한데 또 다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는 필요하면 가져다 쓰는 투쟁 자산이나 징집 대상이 아니다”라며 “젊은 의사들에 대한 시선이 지난 2020년 단체행동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D씨는 ‘선배’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D씨는 “지난 2020년 단체행동 때도 사실상 선배들의 ‘밥그릇 싸움’에 젊은 의사들이 끌려나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선배들이 해결할 일을 후배에게 떠밀은 셈”이라며 “이번에도 단체행동을 생각하고 있다면 젊은 의사들의 참여 유도는 쉽지 않을 것”이러고 경고했다.

젊은 의사 발언권에 무심했던 의료계가 이제와서 전공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청 지역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E씨는 “그간 전공의 현안에 무관심하다 급하니 찾고 있다”면서 “전공의나 의대생을 직접 만나서 협조를 구한다는데 애초에 의협 결정 구조에 젊은 의사 자리가 없으니 찾아오는 것 아닌가. 이걸 마치 선후배가 원활하게 소통한다는 뜻으로 쓰니 (의협 비대위가)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2020년 단체행동에서 전공의들과 함께 최전선에 섰던 의대생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단체행동 이후 의대협이 표류하면서 구심점을 잃은 데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저조하다.

의대협 대의원인 모 의대 학생 대표 F씨는 “의대협이 집행부를 꾸리지 못해 내부 동력을 상당히 소진했다. 지난 번처럼 전면에 나서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F씨는 “의대협이 오랫동안 정상화되지 못한 이유가 있는데 (의협이) 이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가 보이지 않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대 학생 대표인 G씨는 “학내 여론이 (의협이) 기대하는 만큼 호의적이진 않다.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시도의사회가 지역 의대생을 만나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선 만나도 원하는 답을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파업 참여 의사를 묻자 G씨는 “(의협이 한다고 결정하면) 참여할 것 같다. 스스로 '하고 싶다'기 보다는 '해야 한다'에 가깝다”면서 “우선 의협부터 행동을 시작하면 주목도도 올라가고 현안의 심각성도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의대생의 선제적 행동을 기대하기보다 선배 의사가 먼저 나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생 H씨 역시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그러나 “솔직히 (간호법이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도 했다. 면허취소법은 그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면서 "(파업이 아니라 대화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파업 참여 규모에 관계 없이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대생들도 있었다. 의대생 I씨는 의료계가 총파업에 들어가도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난 단체행동에서 파업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I씨는 “파업이 환자에게 주는 피해가 크다. 파업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안을 (의협이)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대생 J씨는 “의대생 상당수는 '정치'에 관심이 깊지 않다.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잘 모르면서 (의협 요청대로) 파업에 선뜻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따라서 의대생 행동을 이끌어내려면 “의대생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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