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대면진료보다 수가 낮아야 한다? 해외 사례는?

- 영국‧중국‧미국, 대면=비대면 수가... 의사 과반 이상 “비대면 진료가 더 높게 책정돼야”

보건복지부와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 아래 도입이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에 대해 여러 단체들이 의견차이를 보이며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가 최소한 대면진료와 동등하거나 더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 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수가 지급 자체에 반대하거나 대면 진료보다 수가가 더 낮게 책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당정이 법제화 이전 비대면 진료의 시범사업을 도입하겠다고 합의한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먼저 비대면 진료를 도입한 국가들에선 수가을 어떻게 책정하고 있을까?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원격의료 정책 현황과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는 영국, 미국, 중국 등 다수의 국가가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동등하게 보고, 동등한 수가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영국은 국민의료 접근성 향상 및 연구 고령화에 대비해 보건 의료비 예산 절감 방안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해 2019년 1월 NHS 장기계획을 도입하고, 5년 이내 모든 환자가 전화 혹은 온라인을 통해 1차 의료(GP) 상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의료 서비스 개발을 지원했다.

국가 주도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은 환자의 원격의료 진료비가 없으며, 환자들은 NHS 앱을 무료로 다운 받아 원격의료를 받는다. GP는 자신에게 등록된 환자에게 원격으로 진료해주며, 수가는 대면 진료 수가와 마찬가지로 영국 NHS 측과 국가 표준 계약에 해당하는 GMS(General Medical Service)을 통해 인두제(Capitation)으로 받는 구조로, 대면 진료와 원격진료의 수가는 동등하다.

중국은 넓은 국토 면적과 많은 인구 등 환자의 의료접근성이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중국 국무원의 주도로 발표된 ‘의료기구 원격의료 서비스 추진에 관한 의견’을 시작으로 원격의료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후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전자 의무기록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으며 다양한 비대면 진료 앱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의료비에 대해 같은 의료 수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의료접근성 문제가 늘 심각한 국가로 일찍부터 원격의료가 도입됐다. 1997년 균형재정법이 설립되면서 연방정부 메디케어에 처음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보험 급여가 적용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19일 원격의료의 확대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다.미국은 주별로 원격의료 수가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수가 적용 질환 항목이 270개로 증가했으며 원격의료 수가는 대면진료와 원격의료 수가 동일화 의무법(parity law)가 적용되는 주에서는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4월부터 한시적·특례적 조치로써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진료 희망 환자에 대해서는 질환에 관계없이 전화·온라인 등을 이용한 진료가 허용됐다. 그리고 2021년 8월 사회보장심의회 의료부회에서는 온라인 진료의 적정성 및 의료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온라인 진료 특례 조치의 항구화'에 대해 공표하면서 원격의료가 영구적으로 허용됐다.

일본의 온라인 진료 수가는 2018년에 신설됐는데 ‘대면 진료’가 원칙이었기 때문에 초진이 아닌 재진 수가가 먼저 신설됐다. 온라인 수가는 지속적으로 대면 진찰을 받고 있는 환자로써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진찰한 경우, 온라인 진료 수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2022년 초진부터 온라인 진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온라인 진료료’에 대한 초진 수가가 신설됐다. 다만 온라인 초진료 수가는 대면 진료 288점과 차등을 두어 251점이고, 온라인 재진료 수가는 대면 재진료 수가와 같은 점수인 73점으로 결정됐다.

이에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수가는 대면 진료보다 높게 측정되거나, 최소한은 동등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22년 대한의사협회가 실시한 회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수가 수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0.1%가 ‘대면 진료보다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40.7%가 ‘대면 진료와 동등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비대면 진료의 경우 기술 비용이 더 들게 되고, 특히 기본 진료비와 통화 시간 등 대면진료보다 늘어날 진료시간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의료정책연구소 ‘비대면 진료 필수조건 연구’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 돼 있는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비대면 진료와 대면진료에 대한 수가를 동등하게 적용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대면 진료보다 낮게 책정한 국가도 있었지만, 일본의 경우 대면 진료 진찰료보다는 낮아도 온라인 의학관리료 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2월부터 시행중인 비대면 진료(전화 상담·처방)에 대해 외래 진찰료와 동등하게 산정해주고 있으며, 전화상담관리료(상대가치점수 적용중)를 의원급에 가산해 주고 있다. 2022년 기준 전화 상담·처방 진찰료는 대면 진료의 초·재진 진찰료와 동일(코드 같음)하게 책정돼 있다.

보고서는 “비대면 진료 수가 문제는 비대면 진료로 환자에게 최적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중요한 문제”라며 “낮은 대면 진료 수가 수준, 환자에게 최적의 가치 제공, 늘어나는 진료 시간, 비대면 진료 의료 시스템 구비 및 관리, 운영비용, 위험 관리 등을 고려해 비대면 진료 수가를 대면 진료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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