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 실적에서 14년 만의 최악을 기록하며 1조원이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10일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상향하는 등 후한 평가가 잇따라 나왔다. 회사의 감산 공식화 소식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산은 전략적 감산으로 반도체 수급과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 대부분은 실적 반등 시점으로 오는 3분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매출 기준은 63조 원이었으며, 영업 이익은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해여 매출은 19%, 영업 이익은 95.7%가 급감했다.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금융 위기 여파로 고전한 2009년 1분기 (5900억 원) 이후 14년 만으로, 분기 영업 이익만 놓고 보면 LG에너지솔루션(6332억 원)보다도 낮다. 증권가 시장추정치(1조 1000억 원)도 대폭 하향됐다.
메모리 부분의 실적 악화가 전사 이익의 감소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영업 이익의 60~70% 이상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던 반도체(DS) 사업부가 적자로 전환된 것이 실적을 끌어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도 주식 시장은 회사의 감산 결정을 더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7일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4.33% 뛰어 6만 5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6만 5000원선을 회복한 건 2022년 6월9일(종가 기준 6만 52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았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811억 6282만 원어치 사들였다. 일일 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3월 24일(9525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그동안 경쟁사와 달리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것에 투자심리가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건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위적인 감산이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명백한 변화이자 시장에서 기다려온 주가 상승의 트리거”라며 “업턴(upturn, 호전) 진입 시 업계 내 가장 큰 수혜가 기대돼, 최선호주(톱픽)로 적극 매수 전략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통해 공급 전략의 유의미한 변화를 표명함으로써 향후 재고 축소 및 가격방어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라며 “특히 경쟁사들이 가동률 조정을 통한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이미 시행한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은 하반기 고객사들의 반도체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까지 D램 3사가 감산에 동참하면서 반도체 공급 조절 기대감이 확산됐다는 평가다. 아직 구체적인 감산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올 2분기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본격적인 실적 반등 시점으론 하반기를 예상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분기까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한데,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BNK투자증권(7만 7000→8만 3000원), IBK투자증권(8만→9만 원), 키움증권(7만 8000→8만 원) 등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미국 반도체주 주가 대비 상승하지 못한 메모리 주가는 2분기부터는 아웃퍼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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