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원만 빌려줘’ 20대 전세사기 피해자, 극심한 생활고 끝에 극단적 선택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를 당한 20대 피해자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피해자는 수도세를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된 전세사기 피해자 A(26)씨의 발인식이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A씨는 총 125억 원대의 전세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오피스텔 보증금 9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였다. 그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 원만 빌려줄 수 있느냐”고 요청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최근 수도요금 6만 원을 미납해 단수 예고장을 받기도 했다.

A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 원짜리 오피스텔을 전세계약해 살다가 2021년 8월 재계약하며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 원까지 올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오피스텔에는 2019년 당시 1억 8000만 원이 넘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였으며, 지난해에는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다. 임의 경매를 통해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A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은 9000만 원 중 3400만 원 뿐으로, 나머지 5600만 원은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13일 발인식에 참석한 전 대책위 관계자는 “A씨가 올해 초 대책위 활동을 하다가 생업을 이유로 그 이후로는 나오지 못했다”며 “최근까지 매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오피스텔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방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은 발견되었으나 유서가 따로 발견되지는 않았다.

한편,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앞서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빌라에서 보증금 7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30대 피해자가 사망한 바 있다. B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함께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의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되어 있다.

소식을 전한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내집 마련의 꿈을 위해 어린 나이부터 노력한 젊은이들의 희망을 앗아가 죽음에 이르게 한 B씨에 대해 “단순 사기꾼이 아닌 살인자”라며 “특별법을 제정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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