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무장 병원서 일한 의사, 의료기기 구매대금 갚아야”

- 의료장비 대금 6000만 원 계약 “서명한 적 없다” 주장
- 재판부, 동의 유무 관계 없이 “사무장 병원 채무 모두 의사에 귀속”

법원이 사무장병원에서 일한 치과의사가 개설인 사무장 대신 6,000만 원 넘는 의료기기 구매금을 대신 값을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계약서 위조 정황은 인정됐지만 사무장 병원 운영에 가담한 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의료기기 업체가 제기한 양정금 지급 소송에서 사무장병원 설립자가 아닌 치과의사 A씨에게 대금 6,000만 원에 지급 지연 이자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치과의사 A씨는 지난 2018년 8월 울산 B치과의원 개업 신고를 했다. 의료기기 설치와 사용 신고도 모두 A씨의 명의로 이뤄졌다. 그러나 B치과의원은 비의료인 C씨가 치과의사 A씨를 고용해 A씨의 의사면허와 이름을 이용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었다. A씨 이전에도 치과의사 2명이 C씨에게 명의를 대여해주기도 했다.

B의원은 2017년 11월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치과용 의료장비 7,375만 원 상당을 구매하며 계약금으로 1,375만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미지급금은 2019년 3월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B의원이 계약 만료 1달 전인 2019년 2월 폐업하고, 장비까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자 업체는 잔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소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실질적 운영자였던 C씨가 아닌 서류상 운영자인 치과의사 A씨였다. 의료기기 구매 당시 계약 역시 A씨의 명의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치과의사 A씨는 이에 대해 자신은 계약서에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법원에서도 업체 측이 보유한 계약서 상 서명과 A씨의 서명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정 성립을 위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 명의로 의료장비 사용 및 양도 신고를 하며 관할 보건소에 제출한 서류 등을 살펴보면 직접 계약을 맺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비의료인 운영자인 C씨에게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양도해 의료장비를 인수하고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판단했다.

설령 C씨가 치과의사 A씨의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3년 대법원이 “사무장 병원의 운영과 관련된 이득 혹은 채무 모두 비의료인 동업자가 아닌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판례에 따른 판결이다.

법원은 “A씨는 B치과의원이 비의료인인 C씨가 의료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과 의료기관의 개설신고, 의료기기 설치·사용 신고를 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의료인이 운영하고 있는 의원에서 의사가 월급만 받고 진료하는 약정의 계약은 의료법 위반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비록 동업자 C씨가 임의로 의료기기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C씨가 병원 운영과 관련해 A씨의 명의로 진 채무는 A씨에게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법원은 A씨에게 의료기기 계약 잔금 6,000만 원과 지급하지 않은 지연 이자를 더해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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