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립선암 수술 이후 폐렴 증상으로 사망한 환자 유가족, 병원의 감염관리 소홀 주장
- 법원 “‘병원 폐렴’ 여지 있지만 의료진이 세균 감염 예방조치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어”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이후 폐렴이 발생해 숨진 환자의 유가족이 병원 측에 감염관리 소홀 등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입원 중 폐렴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이 감염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70대 환자 A씨의 배우자와 자녀 등 유족들이 B병원을 운영하는 C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고 추가 검사 등을 위해 B병원을 찾았다. B병원 검사 결과 A씨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 2월 B병원에 입해 ‘로봇 보조 복강경하 근치적 전립선 척출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수술 직후 A씨에게 섬망 증상과 함께 폐렴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폐렴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A씨를 중환자실로 옮기면서 호흡기내과로 인계했다. 하지만 집중 치료에도 A씨의 증상은 오히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악화됐고, 결국 수술 약 한달만에 A씨는 호흡부전악화로 숨졌다.
그러자 A씨의 유족들은 “병원 내 감염으로 수술 후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A씨가 숨진 것”이라며 C 의료법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B병원 측 의료진이 감염 방지·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음은 물론 수술 이후 섬망 증상을 정신 질환으로 오인해 폐렴 진단·치료가 지연되기도 하는 등 의료과실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A씨의 배우자는 1억여원을, 자녀 4명은 각각 28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A씨에게 발생한 폐렴은 이른바 '병원 폐렴'에 해당할 여지가 있긴 하다"면서도 "의료진이 철저한 감염관리체계를 갖추고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감염 예방은 현대의학 기술상 불가능하므로, A씨가 B병원 입원 중 폐렴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B병원 의료진에게 세균 감염 예방조치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의 경우 수술 당시 73세로 고령이었을 뿐만 아니라, 7시간에 달하는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오진으로 폐렴 진단·처지가 지연됐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섬망 증상이 폐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의학적으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섬망 증상이 관찰된 시점은 수술 다음 날로 당시 A씨에게 폐렴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임상증상이 관찰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등 A씨의 섬망 증상이 폐렴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섬망 증상이 폐렴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수술 후 전신마취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본 의료진의 판단과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섬망 증상 진정을 위해 투여한 약물로 인해 폐렴 증상이 악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료진이 수술 전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A씨의 주치의가 받은 수술 동의서에는 수술 회복과 관련해 '매우 드물지만 수술 후 사망하는 경우는 0~1.5%까지 보고되고 있다'는 내용이, 마취 동의서에는 '폐렴 등 호흡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거나 수술 후 섬망 발생 가능성 등이 기재돼 있다"며 "의료진이 A씨와 배우자에게 수술과 관련해 충분히 숙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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