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대기록 홈런공, 19살 신인 실수로 날아가... 쿨한 선배 “공 필요 없다”

한국프로야구(KBO) 역대 최초로 1500타점의 대기록을 홈런으로 장식한 최형우(40, KIA)가 대기록만큼이나 훈훈한 대인배의 모습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상대팀 19살 신인 선수의 실수로 기념구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최형우는 “공 필요 없다”며 쿨하게 웃어넘겼다.


▲6회 한화 정은원(오)이 최형우(왼)에 대신 사과하는 모습ㅣ출처 : 스포츠 조선

지난 20일 최형우는 대전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KBO리그 경기에서 4회 역전 홈런을 때려냈다. KIA가 0-1로 끌려가던 4회 1사 1루에서 한화 한승주의 145km 직구를 받아쳐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498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최형우의 개인 통산 1500타점이 홈런으로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당황스러운 순간은 이후 펼쳐졌다. 최형우의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어 이글스 파크 잔디석을 맞고 튀어올라 다시 외야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올해 데뷔한 한화 신인 중견수 문현빈(19)은 이 공을 주워 관중석 팬들을 향해 던졌다.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의 행동이었으나 이 행동이 뜻하지 않게 실수가 되어버렸다.

최형우의 통산 1500타점 기록을 몰랐던 문현빈이 던진 이 공은 중앙 외야 관중석의 한 팬이 받게 됐다. 상황을 파악한 한화 구단이 구장 경호팀을 통해 기념구를 회수해 KIA 측에 전달하려 했으나 해당 팬이 자신이 직접 공을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회수에 실패했다.

관중석으로 날아간 홈런공이나 파울공은 원칙적으로 선수나 구단이 아닌 공을 잡은 관중에게 소유권이 있다. 때문에 과거부터 선수의 데뷔 첫 홈런이나 기록적인 홈런공을 회수하기 위해 구단 차원에서 사인볼, 유니폼, 배트 등으로 교환을 시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소유권이 공을 가진 관중에게 있는 만큼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KBO 최초 기록이라는 기념비적인 공을 회수할 수 없게 되면서 선수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을 법 했지만 최형우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으로 대인배스러운 자세를 보여줬다. 경기 후 최형우는 “공을 가지신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공은 필요없다. KBO에서 필요로하면 모를까 저는 공을 안 가져도 된다”며 쿨하게 반응했다.

최형우와 달리 대부분의 선수들은 자신의 기념구에 애착을 갖곤 한다. 자신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문학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롯데전에서 2회 1점 홈런을 때려내며 개인 통산 1000안타를 기록한 최주환(SSG)는 19일 공을 돌려주지 않은 팬을 향해 자신의 SNS계정 게시글을 통해 ‘공을 돌려달라’ 요구하며 공을 잡은 팬의 얼굴이 나온 중계화면과 좌석번호를 함께 게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최주환이 글을 삭제하고 해당 팬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팬도 공을 돌려주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공교롭게도 이런 일이 벌어진 다음 날 최형우의 1500타점 기념구도 팬이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또 다시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법 했지만 최형우가 공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끝났다. 경기 후반, 2루에 다시 한 번 출루한 최형우는 한화 2루수 정은원이 문현빈을 대신해 사과하고 해명할 때에도 웃으며 반응하는 쿨한 모습을 보였다.

최형우는 대기록 소감으로 “기분이 너무 좋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지금까지 했던 야구 인생이 떠오르기도 하고, 참 행복하다. 첫 타점을 홈런으로 쳤던 2008년(4월 1일) 잠실 경기(LG전)도 생각난다. 당시에는 꿈이라는 것을 꿀 수조차 없었다. 나이 26살에 주전도 아닌 선수가 이런 상상이나 했겠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16년 동안 중심타자로 뜻깊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똑같이 출루 상황에 출루하고, 타점 상황에 타점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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