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원 설립은 가만 두고 의대 정원만 고집하는 정부... "앞 뒤 안 맞아"

- 수도권에만 대학병원 분원 10곳, 6000병상 이상 증설 계획
- “지역 의료인력 수도권으로 유출 위기... 앞뒤가 안 맞는 정책”

지역에서 일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강력히 추진하는 정부가 의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 악화시킬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 없이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수도권 내 대학병원 8곳이 분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대학병원들이 발표한 계획대로 분원 설립이 이뤄지면 수도권에만 10곳의 병원이 생기고, 6000병상 이상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지방 대학병원들은 인력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긴장하는 모양새다. 또,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된 곳은 중소병원 폐업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도 있어 지역 의료계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대학병원 수도권 분원 설립을 제동하기 위해 ‘병상 수급 기본 시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으로 병상 수급 기본 시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계획은 막지 못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앞뒤 다르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료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도권 내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억제하지 않으면서 의대 정원만 확대하겠다는 고집을 부린다는 것이다.

연세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고상백 교수는 “필요한 곳에 의사가 없는 문제는 양적인 측면보다는 인력 재배치 측면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의사 인력 정책을 보건의료시스템적으로 접근해서 효율성을 높이려면 모든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년 안에 수도권 내 병상 수천개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지방에 있는 의사 인력이 빠져나갈까봐 걱정”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승인해줬기 때문에 분원 설립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제대로된 해법이 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의대 정원만으로 다 되지 않는다. 연세원주의대도 매년 100명 정도의 의사를 배출함에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이 인력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70% 정도가 수도권으로 향하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에 더 많은 정원을 배정하는 전공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1차 인력 유출은 의대 졸업 후이고, 지방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2차 인력 유출이 생긴다”며 “3차 인력 유출은 병상 구조 불균형에서 온다. 의료체계상 상충되는 요인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전체를 통틀어도 소아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이 없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소아응급 환자를 보는 전문의 2명이 있지만 이들도 수도권으로 향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배출한 의료 인력을 지역에 붙잡아 둘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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