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에 가담해 적발된 사람 중 20%는 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담 의사 연령으로는 70대 이상이 가장 많았고, 주로 명의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가담했다. 불법개설에 가담한 의사 중에서는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가장 많았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개설기관 가담자 현황을 직종과 요양기관 종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불법개설기관 가담자란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수사기관의 수사결과서에서 불법개설기관 명의대여, 사무장(실운영자), 공모자, 방조자 등으로 적발된 사람을 말한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간 불법개설기관에 가담한 사람은 총 2,564명으로, 그 중 법인이 309개소(12.1%)를 차지해 대부분 개인사업자(2,255명, 87.9%)였다. 의료기관 불법개설가담자는 2,240명(87.9명)이었고, 약국 불법개설가담자는 331명(12.9%)였다. 이중 개인사업자 7명은 의료기관과 약국 불법개설에 모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의료인으로 분류된 개인사업자 중에서는 의사가 450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의사가 198명, 치과의사가 100명이었다. 의사 가담자 450명 중 323명이 전문의였고, 그 중에서도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7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산부인과(54명), 외과(53명), 정형외과(26명) 내과(24명) 등 전문과목 30개가 고루 분포되었다.

전체 자연인(법인 아닌 가담자) 가담자 2,255명은 불법개설기관 총 3,489곳에 가담했는데 이는 1인당 평균 1.5개소 불법개설기관에 가담한 수치이다. 보통 의료인과 약사는 명의대여자로 참여했고, 보건의료 인력과 일반인은 주로 사무장으로 가담하는 형태였다.

특히 전체 가담자의 약 30%는 요양기관 1곳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곳에 걸쳐서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체 2,564명 중 2개소 이상 불법개설기관에 가담한 사람은 755명으로 29.4%에 이르렀다. 자연인으로 따지면 2,255명 중 628명(27.8%)가 1,862개소의 불법 개설에 가담했고, 법인 309개 중 127개(41.1%)가 541개소를 불법 개설했다. 중복 가담자 중 개인은 1명당 평균 2.96개소, 법인은 4.27개소 개설에 가담한 것이다.

2개소 이상 가담한 비율은 보건의료 인력이 188명 중 83명으로 44.1%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일반인 1,121명 중 436명(38.9%), 의사인력 748명 중 87명(11.6%), 약사 198명 중 11명(5.6%)순이었다.

연령대는 자연인 2,255명 중 50대가 737명(32.7%)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596명(26.4%), 70대 이상이 339명(15%)이었다. 종별로는 의료기관은 50대가 33.6%, 약국은 70대 이상이 37.5%로 가장 많았다.

공단은 40~50대 사무장들이 고령 등으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70대 이상의 의·약사들에게 접근해 이들의 명의를 빌려 불법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한 가담자의 약 30%는 사무장이나 명의대여자 등으로 계속 반복 범행하는 만큼 불법 행위가 심각하며 사무장으로 가담하는 보건의료 인력의 재가담률이 높은 이유는 의료기관 운영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