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에서 안색이 다소 창백한 승객을 발견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부러 옆자리에 앉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구한 대학 병원 베테랑 간호사의 미담이 뒤늦게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한양대병원 등에 따르면 최근 ‘칭찬합니다’ 게시판에 한양대 병원 신속대응팀 이정애 간호사가 병원 셔틀버스에서 쓰러진 60대 심장판막 수술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목숨을 구했다는 사연이 소개됐다.

글쓴이 A씨가 자신을 ‘셔틀버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환자의 딸’이라고 소개하며 작성한 글에 따르면 환자는 지난 4월 10일 한양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셔틀버스에 탑승했고, 이 간호사도 출근길을 위해 같은 버스에 있었다.

A씨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확인한 이 간호사는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부러 A씨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씨 어머니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옆에 있던 이 간호사가 곧바로 상태를 체크하고 CPR을 시작했다.

A씨는 “맥박도 끊겨서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선생님의 신속한 대응과 그 손길이 그날 저희 엄마와 가족 네 명의 생명을 구하셨다”며 “직장인 누구든 힘든 아침 출근길에 그 작은 관심 하나가 다섯 명의 생명과 한 가정을 지켜주셨다”고 지켜세웠다.

환자는 심장 판막 수술 경력이 있었고,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약 100m 정도를 달리다가 약한 심장에 무리가 오며 심혈관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진 탓에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선생님 덕분에 어머니는 잘 퇴원하셨고, 입원 중간에도 (이 간호사)가 병실로 찾아오셔서 오히려 본인이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저희 엄마를 안아주시기도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직업이라서? 해왔던 일이라서?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정애 이름 석자를 저희 가족 모두 평생의 인은으로 잊지 않고 감사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18년차 베테랑 간호사인 이정애 간호사는 버스에 오르며 본 A씨 어머니의 안색이 너무 좋지 않아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직감했다고 한다. 이 간호사는 “고위험 환자를 알아보고 빠르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10여년 간 응급실 근무 경험과 신속 대응센터에서 고위험 환자를 선별·관리하는 업무를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응급환자가 있으면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10년차 간호사인 유미현 간호사가 지하철에서 쓰러진 승객을 심폐소생술로 구하기도 했다. 유 간호사는 퇴근길에서 종로3가역에서 승차한 시민이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던 것을 발견해 주변 승객에 119 신고를 부탁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그는 다른 승객들의 도움으로 쓰러진 승객을 다음역에서 하차시키고, 응급처치를 계속해 결국 10여분 만에 호흡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