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청과 탈출 학술대회 성황에 높아지는 학부모 불안감... 현장 변화도 체감
- “가장 중요한 것은 면책 특례... 국힘 TF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해야”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가 폐과를 선언하는 초강수를 둔 이후 소청과 일선 현장에서는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소아진료 중단에 대해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환자 보호자들의 공감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같은 변화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21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 기자단과 인텨뷰를 가진 자리에서 지난 11일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 이후 후속 조치였던 ‘소아청소년과 탈출을 위한 제1차 학술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높은 업무강도에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아진료를 대신해 보톡스·비만·피부미용·만성질환 등의 일반진료를 볼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을 교육하기 위한 학술대회였다. 첫 대회였음에도 당일 700여 명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참석했고,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인파에 강의장에 보조의자를 놓기도 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같은 높은 반응의 배경으로 국민건강보험 통합된 후 30년간 진찰료가 물가 대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꼽았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시행비도 14년동안 감소해왔다.
비급여진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아진료의 특성상 이 같은 하향세는 사실상 실질적인 수익성 하락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극심한 저출산으로 환자까지 줄자 병의원 운영을 위해 일반진료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소청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을 좋아하고 환자의 증상이 빨리 좋아지는 것에 보람과 매력을 느껴 소아진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때문에 일반진료로의 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외국처럼 하루에 20명의 아이들만 진료하고도 소청과가 유지될 수 있다면 이런 호응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30년 간 월급이 깎여오고 10년 전과 비교해 수입이 28% 줄어들었다면 그 직장을 계속해서 다닐 사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육 내용에서도 회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소청과의사회 커뮤니티에는 구체적인 기술도 가르쳐달라는 ‘후속편’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지방에서 열어달라는 요청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임 회장은 오는 9월 10일 2차 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청과 폐과 선언에 대해서도 지지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폐과 선언 이전에도 소청과는 폐과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고 설명하는 임 회장은 소아진료를 다루는 내용 대신 이런 내용의 학술대회를 열어야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소아진료 중단에 대한 국민 우려가 이전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 속 일선 현장에서는 기존 환자의 보호자들이 소아진료를 유지하는 것에 감사를 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일상이나 공식석상에서 임 회장을 알아보고 우려와 공감, 위로를 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임 회장은 “원래는 아이들을 보는 일에 중점을 두는 학술대회를 열고 싶었다. 이제 국민이 굉장히 많이 걱정한다. 어디 길만 다녀도 알아보고 다가와 우려와 공감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국회의원조차 손자가 갑자기 아팠는데 이곳저곳 수소문 끝에 서울아산병원에서 겨우 치료받았다고 한다. 그마저도 병원에서 한없이 기다리다가 겨우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소청과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커녕 투자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다”며 “아이 부모들은 육아에 보람을 느껴 둘째, 셋째 아이를 낳고 싶어도 치료를 못받을까봐 못 낳겠다고 하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지적했다.
폐과선언에도 실질적인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동안의 문제 개선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보건복지부와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 몇 년간 복지부 담당자와 대책을 논의해도 임기가 끝나면 백지로 돌아가 다시 논의하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왔고, 그나마 나온 방안도 당장의 상황만 모면하려는 1-2년짜리 단기 방안에 그쳤다.
다만 소청과의사회는 국민의힘 주도로 구성된 TF에는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소청과 뿐만 아니라 소아외과·소아심장흉부외과·소아신경외과·소아안과·소아정형외과·소아이비인후과·소아비뇨의학과·소아재활의학과·소아마취과 등 전반적인 소아 의료의 인프라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도 최근에 들어서는 “충분할 때까지 다섯 번이고 여섯 번이고 분명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소청과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도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
이와 관련 임 회장은 “국민의힘 TF는 본인이 여당에 요청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의료 현장에서 분명히 작동 가능한 여러 해결책들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종별과 상관없이 이미 무너진 인프라를 조속히 정상화 하고 그 근본 틀부터 철저히 바꿔 백년 이상 갈 튼튼한 건물을 짓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간 소청과 의사들은 참을 만큼 참았고, 이제 공은 복지부에 넘어간 상태다. 소청과 전문의들은 개원가에서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희귀질환·중증질환을 다루는 대학병원까지 모두 정상화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복지부와 질병청,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마련돼야 할 대책으론 면책 특례를 꼽았다. 일선 현장에서 소청과 의사들이 소송에 걸리는 경우가 잦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아이의 귀를 내시경으로 봤다가 귓바퀴에 상처가 나 3000만 원의 민사소송이 걸린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 같은 민원이 소청과의사회로 몰리기 때문에 임 회장 본인도 여러 소송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언급도 있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소청과 전공을 고민하는 의사들에게 미래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10%대로 떨어졌고 현재 현장에선 대를 이어야 할 저연차 의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는 현역 전문의들도 마찬가지인데 현재 소청과 전문의 3338명 중 약 20%에 달하는 667명의 의사들이 소아진료가 아닌 일반진료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임 회장은 "소청과 의사들은 늘 아이들 목숨을 다루는 전쟁터의 한 복판에 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늘 사망이나 뇌성마비 같은 중대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이에 대한 면책 특례가 없다면 어떻게 소청과 전공의 지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은 기대여명도 길고 미숙아 출산도 많은데, 뇌성마비가 되면 배상액이 10억에 가깝습니다. 의사가 평생 벌어도 쉽지 않은 돈이다"며 "그 동안 잠재된 위험이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소청과를 전공하고 싶었던 인턴의사들이나 의대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직이 필수여서 업무 강도가 높고, 수입이 전 임상과 중 꼴찌인 소청과를 지원할 의사들은 없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회원들을 향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청과의사회에 지지를 보내주는 것에 감사를 표했다. 또 예전처럼 의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존경받고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골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아이들을 진료하는 것을 즐기던 사람이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병원도 잘 됐고 즐거운 삶이었지만 현 상황이 너무 부당해 이렇게 나서게 됐다"며 "의사를 죄인으로 만들면서 국민과 갈라 놓는 것의 이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왜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매도 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만 내가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을 한 만큼 세상이 바뀌는 것 같다"며 "환자와 의사와의 신뢰 관계가 병을 낫게 하는 중요 요인이다. 보호자와 충분한 신뢰 관계 하에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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