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한의과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의과를 역전하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의혹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경증 환자 진료비로 국한하면 최대 4배까지 의과와 차이나는 한의과 자보 진료비를 계속 방치한다면 의료와 보험체계 전반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환자 수는 지난 2019년도부터 꾸준하게 감소해왔다. 지난 2019년도 전체 22만 9,600건이던 사고 건수는 2022년 19만 6,836건으로 떨어졌다. 환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경상자는 24만 5,524명에서 21만 2,430명으로 줄었고 중상자도 7만 2,306명에서 5만 1,715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규모는 오히려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2년 자동차 보험 진료비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한의과 자보 진료비는 총 1조 3,066억 원, 의과 진료비는 1조 787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의과 자동차 보험이 의과보다 더 많은 진료비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여파는 2022년에도 이어졌다. 2022년 한의과 자보 전체 진료비는 1조 4,635억 원으로 1조 439억 원에 그친 의과 진료비보다 1.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보위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뿐만 아니라 입원·내원 일수, 건당 진료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의과보다 한의과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대한의사협회 자동자보험위원회는 간담회를 열고 한의과 과잉 진료로 진료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 정비 및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자보위가 심평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입원 기준 가장 자주 발생하는 ‘목 부위 관절과 인대 탈구·염좌·긴장’(S13)으로 인해 치료받은 환자 수가 의과 21만 1,680명으로 한의과보다 4,821명 더 많았지만 진료비는 한의과가 3.12배, 입원 일수는 2.55배, 건당 진료비는 3.08배 더 높게 나타났다.

같은 상병(S13)에 외래 진료 역시 의과 환자가 한의과보다 5만 1,069명이 적었고, 진료비는 한의과가 의과 대비 5.78배, 내원 일수는 2.11배, 건당 진료비는 1.79배 더 높았다.

자보위는 이를 바탕으로 한의과 경증 환자 진료비가 의과 대비 약 3~4배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명백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국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줄어들면서 환자수도 줄었고, 자연스럽게 의과 자보 진료비도 함께 감소했지만 오히려 한의과 진료비의 경우 늘어나 비정상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자보위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한의과는 자보 진료수가와 세부 인정 기준도 미비한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첩약 적정 처방 기준을 비롯해 약침술, 추나요법, 한의과 물리요법은 구체적인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이 명시되고 있지 않다. 의과와 ‘형평성’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자보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다른 건강보험으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나왔다. 따라서 지나치게 강한 의과 심사 지침은 개선하고 한의과 심사 지침은 확충해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태연 자보 위원장은 "의과와 한의과 간에 진료 지침과 심사 지침이 불균형해 심각한 우려를 느끼고 있다. 한의과도 의과와 같은 조건으로 심사하고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과와 한의과 개별 가입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국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보험료 부담을 내리고 보험 손해액을 개별 계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동차 소유자는 자보 가입 의무다. 한의과에서 무분별한 진료가 급증하면서 결국 한의과를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국민까지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보는 건보에 비해 작은 시장이다. 그러나 자보에서 불거진 문제는 건보로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국민이 제대로 된 자보 진료를 받고 전체 진료 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