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후손도 반대’ 백병원 폐원 결정 판도 바꿀 수 있을까

- 故백인제 박사 조카 故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 차녀 백진경 교수도 반대의사
- ‘글로벌 K-메디컬 서비스 허브’ 구상 밝혀... 총장 선거도 출마 계획
- 폐원 협의체에 구호석 원장 등 불참 소식에 “진정성 의심돼”

서울백병원을 창립한 고(故) 백인제 박사들의 후손들이 서울백병원 폐원을 저지하기 위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지만 폐원 자체 결정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인제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 백진경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시 강철원 정부무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서울백병원을 폐원하지 않고 ‘글로벌 K-메디컬 서비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성을 밝혔다. 이날 면담에는 서울백병원 교수 협의회 조영규 회장도 함께 했다. 백 교수는 서울백병원을 창립한 고 백인제 박사의 조카인 고 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의 차녀이다.

백진경 교수는 “첫 민족 자본의 근대식 병원을 설립한 백인제 박사와 인제대를 설립한 백낙환 이사장의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임을 느껴 서울백병원 교수들과 나섰다”며 “서울 백병원 역사를 전승하며 ‘글로벌 K-메디컬 산업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뜻과 행동을 모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K-의료서비스 센터’와 원격의료 서비스 산업을 서울백병원의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제시했다.

백 교수는 “서울 도심 중심지에 위치한 서울백병원은 명동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건강검진 등 ‘K-의료서비스 센터’를 구축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이어 ”또한 21세기 ‘글로벌 K-메디컬 서비스’의 허브 구축에 가장 적합한 위치다. 원격의료 서비스 사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복구 지원 등을 지원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손들과 서울백병원의 뜻 있는 의사들은 새로운 비전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21세기 의료서비스를 선도할 것“이라며 ”서울백병원을 서울시 의료 관광과 도심 의료의 중심지로 만들어 글로벌 K-메디컬 산업의 허브로 전환,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백 교수는 오는 8월 예정인 차기 인제대 총장 선거에도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창립자 후손’ 백 교수의 행보에 대해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측은 창립자 후손이 나서는 것에 재단이 압박을 받기는 하겠지만 폐원 철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교수협의회 조영규 교수는 ”해당 법안은 교수들과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재단에게 어느정도는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폐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며 ”이날 강 정무부시장도 백 교수에게 의견 구체화해오면 논의해보겠다고도 했다. 백 교수가 의지가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재단·병원·교직원이 참여한 협의체가 지난달 29일 첫 회의를 막 시작한만큼 앞으로의 논의도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다. 협의체는 4일 오후 두 번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교직원들은 첫 회의에 구호석 원장이 불참한 것과 재단 측 대표로 직접적인 의사결정권이 없는 직원들이 참석한 것에 대해 재단 측이 해당 논의를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하고 잇따.

지난 협의체 회의에는 구 원장을 제외한 원장단, 사무국장, 간호부장, 총무부장 등 병원 관계자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3명, 직원 노동조합 대표, 재단 소속 팀장급 실무자 2인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만약 4일 열리는 협의체에도 구 원장이 나오지 않으면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올 생각"이라며 "원장이 의지가 없는데 어떻게 논의를 진행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백병원지부 김동민 지부장도 “지난 협의체 회의 때 구 원장이 불참했으며, 재단 측에서도 권한이 있는 국장이 아닌 팀장들이 나왔다. 이에 항의하자 재단과 병원 측이 다음 회의에는 참석할 수 있도록 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구 원장이 적어도 직원들을 위해 원장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며 “4일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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