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로 이어지지 않은 ‘유령 영아’ 중 178명의 소재가 여전히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출산 기록은 있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영아’ 케이스에 해당하는 209건을 접수해 193건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접수 95건 수사, 79건에 대비하면 두배 넘게 많아진 수치다.

경찰은 현재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 20명의 소재를 파악했고, 178명은 아직 파악중이다. 그 중 11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11명 중 4명에 대해서는 경기남부경찰청 등에서 범죄 혐의점을 파악해 수사하고 있고, 나머지 7명은 질병 등으로 사망해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친모가 2명을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해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되며 ‘유령 아동’의 대한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으며, 소재파악이 완료된 20명의 아동에 대해서도 이들 중 11명은 범죄혐의점을 발견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영아 살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영아를 암매장한 사건이 확인됐다.

4일 부산경찰청은 40대 여성 A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로부터 2015년 2월 출산한 B양이 생후 8일 만에 부산 기장군 집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집 주변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의 병원 출산 기록과 진술 등을 토대로 시신 유기 공소시효 7년이 지나 사체유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B양 사망 과정에 아동학대나 살인 등의 혐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번 일은 관할 지자체가 ‘유령 영아’ 관련 전수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의혹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딸이 1명 더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알려졌다.

당시 남편과는 함께 생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B양 사망 이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황이 없고, 당황해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A씨가 지목한 암매장 현장을 중심으로 시신 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8년이 지났고, 해당 현장에는 도로 확장 등 지형이 다소 변경된 것으로 알려져 수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와 각 구청이 4일까지 서울경찰청에 협조 요청 및 수사의뢰한 사건은 총 38건이며 이 중 24건은 입건 전 수사단계에 있다. 나머지 14건은 사실 관계를 파악중이다. 유형별로는 베이비박스 등 유기 27건, 신체 정서적 학대 및 방임 3건, 입양특례법위반 2건, 기타 6건이다.

경찰에 접수되는 ‘유령 영아’ 사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감사원은 최근 임시신생아번호로만 존재하는 신생아가 2236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해당 아동 전원의 안전을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 사망자와 실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