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 소식에 서울대생을 강타한 ‘의대 반수’ 바람

- 7월 반수 문의 대폭 늘어... 학원업계 "이례적인 상황"
- 수능 난이도 하락 전망에 상위 대학생들 연쇄 이동 전망도
- 尹 모교에는 "수능 겪지 않은 세대가 수능에 개입하면 문제 발생" 대자보 붙어

윤석열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변별력을 위해 도입됐던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할 것을 시사한 가운데 고3과 재수생 등 현역 수험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반수 바람이 불고 있다.


▲ 대치동 학원가 ㅣ 출처 : 한겨례

최근 서울대학교의 ‘에브리타임’에는 한 학생이 의대 반수(학교를 다니며 대학입시 준비)를 강요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사연을 토로했다. 최근 교육부가 수능의 킬러문항 배제 등을 공식화했고, 이에 수능 난이도가 이전에 비해 낮아질 전망이다.

작성자는 “아빠는 완전 의사라는 직종에 눈이 뒤집혀서 하루 종일 의대 이야기만 한다. 진짜 연을 끊고 싶을 정도로 진절머리가 난다”며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수능이 쉬워졌으니 지금이라도 반수를 준비해 의대에 가라고 강요를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학원가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서울대생은 “1학기를 마친 뒤 적응을 제대로 못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수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입시가와 대학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킬러문항 배제가) 반수를 결심하기 위한 기폭제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솔직히 서울대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준비를 많이 안하더라도 실전문제만 몰아서 풀면 원하는 목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원가 관계자들도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반수를 준비·문의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원래 7월은 반수 모집이 끝나가는 시점인데 올해는 아직까지도 문의가 들어오고 등록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이례적으로 반수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수는 심리적 요인이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수능 난이도가 완화된다면 반수를 오히려 자극하게 될 것”이라며 “반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간 없었던 ‘7월 반수’ 수요가 생긴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들어 수능난이도 조절 완화 흐름이 계속해서 지속되면 대학생들도 취업전략 일환으로 대학 간판을 높이기 위해 반수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학 내 학생들의 연쇄적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수 수요는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뿐만 아니라 중상위권 대학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입시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킬러문항 때문에 반수에 부담을 느꼈던 중상위권 대학생들이 의대나 한의대, 치대 등 상위권 대학에 반수 승부를 걸어보는 것 같다”며 “수요도 늘었고, 갑작스럽게 반수를 결정한 사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 입시학원 관계자도 “대통령의 킬러문항 발언 이후 ‘물수능’이 강하게 예측되고 있어 반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인다”며 “전년도 수능에서 아쉬운 성적을 받았던 학생들이 다시 도전해보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수 바람 확산에 고3, 재수생 등 현역 수험생 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대체로 수험생들은 6월과 9월 모의고사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수능 난이도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입시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발표에 6월 모의고사 결과를 지표로 쓰기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명문대생들의 반수 행렬까지 이어지며 입시 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는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실명 대자보가 게시되기도 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서울대 사범대학 화학교육학과 김민형’ 명의로 게시된 대자보는 “현재의 교육정책과 수능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주요 3과목 중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적은 국어에서 EBS 교재와 연계돼 나온 정답률 80% 이상의 비문학 문제들을 ‘지문 주제가 과학’이라는 이유만으로 ‘킬러문제’로 지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윤석열 대통령은 예비고사·본고사 체제의 대학입시를 경험한 세대이다. 학력고사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외우고 있는지를 평가했다면 수능은 지식을 활용하는 여부를 판단한다”며 “수능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수능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개입하려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뢰와 예고가 담보되지 않은 막무가내식 방향전환은 응시의 기회 자체가 중요한 수능에 불확정성을 증대시킨다”며 “대통령의 첫 발언일을 기준으로 9월 모의고사는 83일, 수능까지는 154일이 남았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몇 년간의 고민보다 수능 5달 전의 대통령이 던진 한마디가 수능 출제 방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재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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