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대규모 파업 예고에 대학병원들 ‘초비상’... 수술 취소·진료 축소

- 양산부산대·국립암센터, 수술 등 취소하고 진료도 축소해 운영
- “외래환자들은 몰라도 입원한 환자들이 걱정... 치료스케줄 탓에 다른 병원 전원도 어려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돌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오는 13일로 예고되어 있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의료기관들은 수술, 진료 등 일정을 변경하느라 애를 먹는 추세다. 외래 진료를 축소하는 병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 출처 : 보건의료노조

12일 보건의료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필수의료 유지 업무 인력을 제외한 약 4만 5000명으로 이들이 속한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경희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국내 주요병원이 포함된 145곳이다.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대거 파업에 동참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 업무 인원은 배제하며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암 환자 등 중증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등 진료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 불가피하다.

특히나 일부 비(非)응급환자의 경우 조기퇴원 조치를 하는 등 조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암 환자 등 중증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은 줄어든 인력공백으로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내일 파업이 임박한 상황이지만 2차 조정을 앞두고 있다.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수술실과 중환자실, 응급실 등은 모두 정상가동을 하지만 일부 비응급에 해당하는 입원환자들은 일정을 조정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사 모두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증 환자들이 대부분인다보이 줄어든 인력으로 이들을 다 안고 가야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병동 간호사 전원이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환자 안전을 위해 오는 12일까지 중증·응급환자를 제외한 입원환자를 타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외래진료도 축소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직이 파업할 경우 병동 환자를 간호할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전원조치를 하고 있다”며 “파업이 끝나면 다시 병원으로 재입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이나 응급환자는 내보낼 수 없어 어느 정도 인력이 확보한 상태에서 해당 인력으로 케어하도록 진행할 예정”이라며 “중증환자가 많다보니 모든 환자를 다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대한 환자들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내원·입원 환자가 대부분 암 환자인 국립암센터도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대규모 파업이 예고된 오는 13일과 14일 암 수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병동 간호사 파업으로 수술 후 회복 경과를 케어할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매일 45건의 암 환자 수술이 예정되어 있고, 500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며 매일 1700명의 암 환자가 외래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을 동동 구르며 외래환자들에 병원에 오지 말라고 전화하고 있는데, 이미 입원한 환자는 보낼 곳이 없어 아우성”이라며 “암 환자는 치료 스케줄에 맞춰 약을 쓰기 때문에 타 의료기관에 보내도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심초사 몇 주를 기다려 수술 날이 다가왔는데 갑작스럽게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암 환자와 가족들은 모두 분노와 좌절을 표현한다”며 “환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갖 지시를 내리고 파업 대책 비상대책위원회를 긴급소집했다.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총파업까지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상황속에서 아직 노사 간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곳들에서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단국대의료원은 총파업 소식에도 평소와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화의료원과 한림대의료원도 현재 노사 조정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으로 오는 13일까지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일부 노조원만 파업에 참여해 진료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조에 따르면 오는 13일 총파업 참여 인원은 100여명으로 집행부만 참여키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 하며 예의주시하고는 있다”며 “이번 파업으로 인한 수술이나 진료 일정 변경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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