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끝에 통과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전면 시행까지 2달이 채 안남은 상황에서 임상 현장에서는 법안의 세부사항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CCTV 설치법안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 요구할 경우 촬영은 물론 녹음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녹음도 의무인지 아닌지에 대한 현장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녹음은 의무가 아니며, 의료진의 동의가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확히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수술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 녹음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고만 명시하고 있지만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조항을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할 경우 의료진 전체 동의를 받아 녹음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의 일부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국립대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가 요구할 경우 수술 장면을 녹음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술 참여 의료진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누가 수술을 참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내에서는 벌써 환자나 보호자가 녹음을 요구할 때 누가 동의서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가를 두고 우려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녹음 동의서 따로 받으러 다니는 사람을 채용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부분 CCTV가 화면만 녹화하는 것과 달리 수술실에 설치해야 하는 CCTV는 녹음까지 되는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지, 별도로 녹음해도 되는지 등도 현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병원 관계자는 “녹음이 가능한 CCTV는 희소성이 있어서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며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이기에 입찰이 아니면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를 통해서만 설치를 할 수 있는데 등록업체가 2곳 뿐이라 일정을 맞추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병원은 지난해 계약했던 업체 등을 대상으로 입찰을 하려고 했는데, 최근 교육부의 사이버 보안정책 기준이 변경되면서 CCTV 보안도 함께 강화돼 기존 업체가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며 “입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수술실 CCTV의 설치 목적이 대리수술을 막기 위함인데 녹음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학병원은 설치비 지원도 받지 못하는데 이래저래 걱정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CCTV 설치 및 녹음과 관련해 의료기관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에 녹음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어 시행규칙에도 ‘녹음 요청’ 내용을 마련했다”며 “이에 따라 녹음을 위해 의료기관장은 수술 참여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에게 녹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 주체 모두에게 녹음 동의서를 받아 녹음을 하는 경우 CCTV에 부가된 녹음기능을 사용하거나 별도 녹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별도 녹음기기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녹음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상에는 환자나 보호자 요구에도 정보 주체 전체 동의를 받지 못해 녹음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내용이 없는데, 전체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녹음하지 않으면 된다”며 “CCTV 설치법 입법 취지는 (대리수술 방지를 위해) 수술 모습을 보려는 것이지 수술내용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보호자와 환자 요구가 있더라도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지 못해 녹음하지 못해도 처벌 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