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떠다니는 ‘똥오줌’, 피부에는 괜찮을까?

- 물놀이장·워터파크 오염 문제... “대부분 아이들 실수라 통제하기도 난감”

여름철 물놀이장을 가보면 오염물이 발견되는 것이 매우 흔하다. 대부분의 물놀이장들이 오염물 신고가 접수되면 운영을 잠시 중단하고 오염물질을 제거, 전체 물을 빼내 다시 교체한 뒤 재개장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름철 많은 고객들이 몰리는 탓에 사설센터들의 경우에는 전체 물갈이는 하지 않고 오염물질을 살균 소독하는 것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ㅣ출처 : 순천군

생활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한 이용자는 “최근 두달 사이에 대변이 발견되는 일이 자신이 목격한 것만 6번 정도 있었다”며 “2년을 다니며 전체적으로 물을 가는 것을 단 한차례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소변 관련 주의 문구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민원을 접수했다.

관리업체는 “수영장물 처리는 순환방식, 살균소독, 여과방식 등의 방법으로 바로 하수도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밸런스 탱크에 모여서 순환, 살균소독(오존처리)이 이뤄지는 여과기를 통해 다시 수영장에 사용된다. 밸런스 탱크에서 순환 시 여과기에 모여 수업 종료와 동시에 여과기 청소를 하여 일정량의 물을 밖을 배출시키고 새 물을 받는 과정이 반복되어 흐르는 물의 효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한 날 평소 30t의 여과량의 2배인 60t을 여과시켰고, 평소 1회만 진행하던 수중자동청소를 3회에 걸쳐 3시간 청소했다고 해명했다. 업체 측은 “수영장에는 300t의 물이 담겨있으며 매일 30t의 물을 여과하여 배출하고 새로운 물을 채워 넣고 있다. 해당 민원건과 관련해서도 평소의 2배인 60t을 여과하여 배출하고 새 물을 넣고 있으며 전체 수영장 물 교체와 함께 매달 2회의 정기수질점검을 통해 철저하게 수질과 약품관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어 “대부분 아이들의 실수인 만큼 통제하기 어렵다. 넓은 양해를 부탁드리며 학부모님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1차 교육을 부탁드리고, 수업 전후로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게 아이들의 실수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관리업체 관계자는 “970t의 물을 교체하려면 순수 물 비용만 300만 원이 넘는다. 올해만 해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실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영장은 매 시간 물을 순환시켜 여과기를 통해 이물질을 걸러내고 약품(차염소산나트륨용액) 처리를 한다. 차염소산나트륨용액은 적정 유리잔류염소 수준을 유지해 대장균과 바이러스를 멸균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보통 하루 3~4회 이상 순환을 규칙으로 한다. 수영장 유리잔류염소 기준은 0.4~1㎎/L로, 이 사이를 오가야 대장균과 바이러스를 멸균할 수 있다.

냄새, 탁도 등을 잡는 활성탄여과장치를 통과하지 못한 물은 교체한다. 규모별로 차이는 있으나 평균 20t에서 30t가량의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넣는다. 전체 물을 교체하는 기간은 최대 4개월 정도다. 수영장별로 적게는 200t, 많게는 2600t이 바뀐다. 교체 비용은 순수 물값에 전기료, 약품비, 인건비 등이 포함돼 t당 7000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용률이 높은 하절기에는 수질검사를 강화하는 편이다.

수영장 안에서 설사·구토·대변 등이 발견되면 이물질을 빨아들이고, 평상시보다 많은 물을 투입해 물순환을 가속화해 더러운 물을 빼낸다. 빠져나온 기존 물은 재사용하지 않고 버린다.

그렇다면 수영장 내에는 얼마나 많은 오염물이 있을까.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영장을 이용한 성인의 19%가 ‘적어도 한 번은 수영장 안에서 소변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83만t에 이르는 대형 수영장에서 약 76ℓ(1,5ℓ 페트병 50개 정도) 분량의 오줌이 검출됐다는 캐나다 대학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우리를 포함한 모두가 수영장에 소변을 본다. 수영장 물의 염소 성분이 소독해주기 때문에 인체에 나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펠프스의 말처럼 염소는 소변을 비롯해 이물질들을 소독해준다. 염소는 수돗물에도 사용되는데 적정량이라면 인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수영장의 잔류 염소 농도 기준은 1ℓ당 0.4~1.0mg이다.

문제는 염소가 사람이 분비하는 물질과 만났을 때 발생한다. 염소는 질소가 포함된 성분과는 결합하려는 특징을 보이는데, 사람의 소변 속에는 요소와 아미노산, 크레아틴 등 질소 화합물들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염소가 이런 질소 화합물과 결합하면 염화시안 삼염화아민 같은 ‘소독부산물’을 만들어낸다. 염화시안은 해충약이나 독가스 등을 제작할 때 쓰이고, 삼염화아민은 급성 폐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염화시안, 삼염화아민은 휘발성이 강해 야외에서 그대로 흡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실내 수영장은 사방이 막혀 있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수영장 내부에 갇혀 사람들이 숨 쉴 때 폐 기관지로 들어갈 수 있다. 실내 수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영강사들은 일반인보다 부비동염, 만성 기침, 천식 등을 더 많이 겪었다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염소 소독제가 소변 등 배설물의 질소와 결합해 만드는 성분이 눈 따끔거림과 시림, 피부 가려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소독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소변이나 땀과 같은 배설물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샤워를 하라’는 권고사항 역시 단순 청결 문제를 넘어 중대한 공중 위생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오하이오 주립대 마크 콘로이 교수는 “풀 안에서 소변을 보는 건 고약한 버릇일 뿐더러 자신과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오줌이 마려우면 화장실로 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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