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극단선택한 교사... "남일 아니다" 추모 물결 이어져

- 새내기 교사, 교실에서 극단선택... 악성 민원 의혹
- 학교 앞 100여개 화환, 수십개 추모글 등장... 교사노조, 추모제 및 긴급 기자회견 예정

서울시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새내기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선택을 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 출처 : 세계일보

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해당 초등학교 정문에는 수십개의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가 붙어있다. 지난 18일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 후 발견된 1학년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동료와 후배, 학부모들이 남긴 추모 메모지이다.

추모글에는 ‘1학년 학부모다. 희생과 슬픔, 모두 꼭 기억하겠다’,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적혔고, 그 옆으로 양초와 국화 꽃다발 등도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들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선배로서 너무 미안하다’, ‘남일 같지 않은 교육 현실이다’, ‘대학동기, 같은 교사, 동갑내기 친구다. 그래도 우리 같이 살았어야지. 어떻게 이렇게 소식을 듣게하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이제 우리가 움직이겠다’ 등의 글을 남겼다.

밤 사이에는 추모 화환도 이어졌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 등이 보내온 화환이 정문따라 100여개 넘도록 펼쳐졌다.

이날 오전에도 이른 시간임에도 이 학교의 졸업생, 학부모, 시민 등 추모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한 1학년 학부모는 ”조용하고 성실한 선생님으로 들었는데 안타깝다“며 ”아직 학생들이 어려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 악성 민원 때문이라는 추측이 사실이라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릴 생각이다. 학부모들도 반성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내일부터 방학이라 등교를 하고 있는데 화환을 보고 충격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면서도 ”임시 휴교 등의 조치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최근 학교폭력 업무를 전담하며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년째 1학년 담임을 맡아 근무해오던 중 지난주 학급에서 학생 간의 다툼이 발생했고,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A씨에게 ”자격이 없다“ 등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사노조는 19일 성명을 통해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교육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전국의 교사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교육계와 온라인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특정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초경찰서도 학교 관계자와 주변인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A씨의 일기 등 유품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A씨가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학부모와의 갈등 등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들은 사인이 밝혀지기 전 우선적으로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해당 초등학교에 국화꽃과 촛불을 들고 모여 추모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교육당국과 경찰당국에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요구한다”며 “오늘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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