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와 비교해 2.5% 상승한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1.6% 상승에 그친 내년도 수가보다 훨씬 큰 폭으로 임금이 상승해 개원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부터 19일 새벽까지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14·15차 전원회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 1만 원과 사측의 9860원을 두고 투표를 한 결과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를 받으며 최종 확정됐다.

최저 임금 1만 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24년 최저임금은 2023년 9620원에서 240원 오르면서 209시간 노동의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206만 740원이 됐다.

의료계는 또다시 수가보다 많이 오른 최저임금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5%, 2024년 2.5% 오른 최저임금에 비해 개원가의 의료수가는 2023년 2.1% 상승에 그친 것에 이어 2024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1.6% 인상에 불과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 권익이 향상되는 것에 불만은 없다. 하지만 물가 인상에 이어 최저임금도 오르고 있는데 의료수가는 쥐꼬리만큼만 인상됐다. 이처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수가 협상을 의료계는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수가협상에 적용하고 있는 SGR 모형은 수가가 원가가 돼야 적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원가도 아닌 상황에서 SGR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불리한 수가 협상 대신 물가와 최저임금, 금리 등 다양한 객관적 데이터를 고려해 국가가 수가인상률을 정해주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며 “수가협상으로 의원은 점점 더 몰락하고 병원은 더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2.5% 오르는데 당장 수가는 1.6% 오르는 것에 그쳤다. 임금을 주는 고용주 입장에선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가 몰락하는 이유는 원가 이하의 비정상적 수가체계 때문이다. 정상적인 진료를 해서는 병·의원 운영이 힘들어지고 필수의료를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 자연히 의사들은 필수의료는 더 피하게 되고 비급여 진료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의사회 방명하 회장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인 1.6%의 수가 인상에 회원들의 부담이 크다.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비용들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수가 인상은 더디게 진행돼 경영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행위별수가 체제하에서 의료행위 유형별로 수가 인상률에 차이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의원급에서 다빈도로 행해제는 검체·기능·영상 검사 분야들의 수가가 동결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원들은 오히려 사실상 수가가 인하되는 상황에 직면할수도 있다”며 “수가 협상은 요식행위가 된지 오래고, 필수의료 강화 목소리에도 의료 공급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