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소아암 거점병원 지정해 병원별 특성에 맞는 인력활용 모형 운영
- 인천·경기 사립대병원 “우리도 대책 세워줘야” 요구
- 복지부, 수가 비롯 인력 지속성 등 향상 위해 대책 마련 약속
소아혈액종양 분야의 전문의가 전국에 69명 밖에 남지 않은 의료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소아암 거점 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수도권 사립대병원 소속의 소아암 의사들이 형평성을 지적하며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소아청소년암 필수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국립대병원에 집중된 지원책에 대해 수도권 사립대병원 소아암 의사들을 위한 정책이 전무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같은 날 서울을 제외한 전국 5개 권역에 병원별 특성에 맞는 인력 활용 모형을 적용한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지정된 5개 거점 병원은 충남권역의 충남대병원, 호남권역의 화순전남대병원, 경북권역의 칠곡경북대병원, 경남권역의 양산부산대병원, 경기권역의 국립암센터 등이다.
이날 진행된 토론에서는 소아청소년 전공의 지원이 급감한 상태에서 복지부의 소아암 거점병원 운영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수가 체계가 마련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거점 병원을 지정해서 운영하는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관단위 보상 제도가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신임연구위원은 “현재 소아암 의료서비스 공급은 잘 되고 있지 않지만 소청과 전공의 지원이 없어 미래에는 없어질 부분으로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라며 “행위별수가 보상체계가 문제로 꼽힌다. 거점병원 의료기관당 필요한 양만큼 보상하려면 보상체계 단위를 기관단위 보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복지부와 국립대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보상체계를 만들어 가자는 논의도 했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의료이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이를 이용하도록 권역 의료책임기관 중심 전달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기관단위 보상 제도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소아암 거점병원 도입 방안에 수도권 사립대병원 의료진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인력부족과 환자쏠림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황 속에서 거점병원만 지원하겠다는 방안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인하대병원 소속의 A교수는 “지역 거점병원도 좋고, 국립대병원을 지정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안이다”라면서도 “다만 많은 소아암 의사들이 지역 사립대병원에서 당직을 서고 환자를 보고 일을 하고 있는데 자원이 국립대병원으로만 집중되면 다른 지역 사립대 병원들은 존재의 의미가 없어지느 것 같다.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아주대병원의 B교수 역시 “수원에 있는 아주대병원에는 오산이나 평택, 화성에서도 환자들이 온다. 이 환자들은 서울로 가기는 너무 멀다”라며 “지방국립대병원이 있지만 저희같은 지역 사립대병원은 대책에서 빠진 것 같다. 인천과 경기도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의사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간호파트는 물론 항암처방 내면 약을 만들어주는 약과제도 필요하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가 아니가 그런 시스템을 갖춰서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국립대병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도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의 대책이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대책일 뿐이어서 소청과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자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의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C교수는 “결국 지금 하겠다는 대책은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급하게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은 없다”며 “소청과 의사가 없는데 누가 소청암 의사를 하려고 하겠나. 전공의들이 신경외과나 정형외과를 택하는 이유가 편하기 살기 위함이 아니다. 미래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대책을 내놨지만 중요한 것은 수가가 획기적으로 2~3배 이상 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수가 보상을 가장 큰 난제로 꼽으면서도 소아암 거점병원 지정방안이 현장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더불어 소청과 인력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들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수가 보상 부분이 난점일 거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자원 문제나 환자 상태 등 긴박함과 절박함을 봤을 때 당장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가 등 최대한 적용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현장에서 작동 가능하도록 수가 문제에 대해 최대한 힘쓰겠다”고 의견수렴 의사를 밝혔다.
박 정책관은 “근원적으로 인력 문제가 있다. 세부분과로 나눠지면서 인력 확보가 더 어려운 여건이 있기 때문에 소청과 뿐 아니라 일부 필수과들도 마찬가지로 어렵다”며 “필수과 인력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들과 함께 논의하겠다. 소아혈액종양학과 등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정책관은 “국립대병원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지역 역량이 한 곳에 집중되고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겠다는 취지로 이해를 해 달라”며 “(수도권 소아암 의사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찾아보겠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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