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분열 대신 결집’ 이필수 집행부 재신임 결정

- 불신임 발의 83명 동의했으나 찬성표는 48명으로 과반 못 넘어
- 비대위 구성도 통과 못 해... 이필수 “채찍으로 받아들인다... 겸허한 자세로 최선”

탄핵이라는 낭떨어지까지 몰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집행부가 기사회생했다. 의협 대의원들은 불신임안과 대의원 산하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모두 부결 결정을 내리면서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표명했다. 의료 현안이 산적한 상황 속에서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집행부를 불신임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의료계 전체의 공익에 도움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2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 총회에는 이필수 회장과 이정근·이상운 부회장의 불신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대의원 242명 중 189명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 의원만 채우면 탄핵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필수 집행부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보였다. 불신임안 발의에 서명한 대의원은 83명이었지만 불신임 찬성표에 투표한 이들은 더 적게 나왔다.

이필수 회장의 불신임에 찬성한 대의원은 48명, 25.4%에 불과해 과반 이상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이정근·이상운 부회장에 대해서도 불신임 찬성 대의원이 과반을 넘기지 못해 이들도 재신임됐다.

불신임안을 발의한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투표 직전 이필수 집행부를 불신임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며 임총을 받아들이는 현 집행부의 오만한 태도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충분히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하는 집행부는 봤어도 ‘찌라시’ 수준 이라고 폄훼하는 집행부는 처음”이라며 이들의 불신임을 추진하는 이유로 의대 정원 독단적 합의 등 11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의협 내부는 탄핵과 재신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듯 싶더니 결국 현 집행부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불신임은 물론 비대위 구성을 통한 대외 협상 전권 이관도 반대했는데, 의료계 내부 분열이 득보다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구성안의 경우, 169명의 투표 참여 대의원 중 75.1%인 127명이 반대에 표를 던졌고, 기권 2명, 찬성표는 40명, 23.6%에 불과했다.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임총이 끝난 후 발송한 서신을 통해 “비록 임총에서 불신임안이 부결됐으나 대의원 83명이 발의한 불신임의 참뜻을 깊이 새겨 남은 임기에도 회원과 협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회무에 집중하고 회원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임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 겸허한 자세로 더 열심히 하겠다. 임총이 열렸다는 것 자체가 집행부가 더 열심히 하고 소통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라며 “남은 임기 동안 겸허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