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의 악성민원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롤 받으러 온 9세 아이에게 ‘부모님과 함께 내원’ 사항을 안내하고 돌려보내자 아이의 보호자가 보건소에 ‘진료거부’ 민원을 접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역의 유일한 소청과의원이었던 해당 병원 원장은 ‘회의감을 느낀다’며 성인 진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대한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의 SNS 계정에는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사진이 게시됐다. 임 회장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지역 내 유일한 소청과의원이었다.

A 원장은 사진 속의 안내문을 통해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의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사항이 아니라면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을 안내했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가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 책임을 물은 판례가 있고, 보호자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며 “환아의 안전을 위한 운영 지침에 대해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을 다해 진료한 것에 회의가 느껴져 진료를 계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 제한이나 소아청소년과로서의 폐업, 성인 진료 전환을 할 예정”이라며 “일단 장기간 휴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보호자 없이 혼자서 방문한 9세 환아를 진료할 경우 생길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진료 거부가 당연한 조치가 아니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단국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보호자가 동반해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합당하다”며 “만일 혼자 온 9세 아이에게 진료를 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불과 9세 아이의 말만 믿고 진료를 했냐는 비난을 받거나 자칫하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과 선생님은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부모와 같이 오라고 한 것임에도 그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거부 민원을 제기했다”며 “우리나라는 응급환자 뿐 아니라 일반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도 진료거부죄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진료접근성이 너무 좋아 마치 모든 진료를 응급진료처럼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권리만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그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고 물으며 “소아과는 환자도 없는데 그냥 관두는 거다. 그 부모도 잘못했지만 잘못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