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도 피습당하는데 의사들의 안전은?

- 대전서 고교 교사, 졸업생에 피습당해 숨져... 정신과·응급실 의사들 위험 노출
- 지난 2018년 姑 임세원법 시행됐으나 여전히 응급실은 무법천지
- 의협 “병원 근무 의사 10명 중 8명은 최근 1년 이내 폭언 또는 폭행 당해”

최근들어 전국 곳곳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고 있고, 대전에서는 고등학교 교사가 교무실에서 피습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의료진 역시 이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의료진들의 업무 특성상 치료 결과나 진료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위협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 지난달, 제주에서 발생한 응급실 난동 사건 CCTV 화면 ㅣ 출처 : 제주남동경찰서

특히나 의료진을 대상으로한 범죄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응급실 등 진료현장은 여전히 환자 및 보호자의 폭행이나 난동에 있어 무방비에 가깝다. 물론 지난 2018년 강북서울삼성병원에서 정신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故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임세원법’이 제정됐으나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는 상황이다.

임세원법이란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상해에 이르게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7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엄하게 처벌하는 내옹을 담은 법안이다. 의료인을 사망하게 하는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정신병원 또는 종합병원을 개설할 때 보안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하고, 비상경보 장치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렇게 마련된 의료인을 위한 안전 장치가 제대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지 않아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7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리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의사는 뒷목부터 어깨까지 10cm가량의 깊은 자상을 입었고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당시 70대 남성은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숨진 70대 여성환자의 남편이었고, 아내의 치료 과정에서의 불만을 가져 계획적으로 의사를 살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에는 부산의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흉기에 피습되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故 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지 약 1년 8개월만이었다. 이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의료진 지시를 따르지 않아 해당 의사가 퇴원 지시를 내리자 이에 강한 불만을 품고 의사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9년에도 서울 노원구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수는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흉기를 피하는 과정에서 엄지손가락이 절단됐고, 다른 손가락들도 상해 및 장애를 입어 여전히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수부외과 의사에게 손가락 손상은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며 “피해 의사는 향수 수술을 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통탄할 노릇”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이번 교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신변보호 시스템도 재점검 해야 한다”며 “여전히 의료진은 안전과 생명을 보호받지 못하는 진료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10명 중 8명은 최근 1년 이내에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급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의사 10명 중 6명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환자 및 보호자에게 폭행이나 폭언을 당하더라도 ‘참는다’는 의사들이 44.9%를 차지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