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상위권이라는 의사연봉, 실제 순위는 중하위권?

- 복지부, 한국 의사 임금 OECD 최상위권 발표... 봉직의 소득 1위, 개원의 소득 2위
- KMA 폴리시, 의사연봉 정부 발표보다 600만~1000만 원 낮아... 미국, 일본도 순위에 미포함
- 의협, 의대정원 논의서 의도적인 여론몰이 경계 “의사 수익은 착복 아냐”

정부가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임금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가 해당 발표에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다. 실제 임금 순위는 최상위권은커녕 중하위권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오면서 정부가 의료계 흔들기에 다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대한의사협회의 의사결정기구인 KMA 폴리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임금은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3’과는 상반된 연구 결과다. 당시 복지부는 우리나라 의사 수입이 OECD 국가들 중 최상위권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봉직의의 2020년 평균 임금 소득은 19만 2749달러(약 2억 5173만 원)으로 28개 회원국 중에 가장 높았으며, 같은 해 한국 개원의의 연 평균 소득 역시 29만 8800달러(약 3억 9023만 원)으로 벨기에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해당 발표 뒤 의료계는 물가에 따라 실제 수입이 과대 계산될 수 있는 PPP를 활용한 탓에 잘못된 결과나 도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물가가 비싸 PPP를 적용할 때 의사 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에서 임금이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또, 통계 당시인 2020년이 아닌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서 관련 금액이 달러당 100원 정도 더 높게 책정됐다.

특히나 KMA 폴리시 측은 정부의 발표에 반박하며 우리나라 의사 소득은 OECD 중하위권 수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고려할만한 요인이 많은 OECD 통계의 특성상 당장 정확한 순위를 집계하기는 어려웠으나 최근 GDP를 적용해 구체적으로 순위를 집계해 발표했다.

KMA 폴리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의 개원의 임금 순위는 관련 자료가 확인 가능한 OECD 국가 15개 중 11위에 그쳤다. 일반의 봉직의의 경우에는 21개국 중 9위, 전문의 봉직의의 경우 전문의 개원의 순위는 11개국 중 5위였다. 봉직의(전문의 기준) 임금 순위는 31개국 중 7위로 비교적 높았다. 이는 2019~2020년 자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2020년 자료로만 비교하면 우리나라 일반의인 봉직의 임금 순위는 17개국 중 8위, 일반의인 개원의는 11개국 중 9위로 떨어진다. 다만 전문의인 봉직의는 28개국 중 7위, 전문의인 개원의는 8개국 중 3위로 비교적 높아진다. 미국과 일본은 관련 정보가 없어 순위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위의 순위가 적어도 2단계는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또 GDP에 2020년 OECD 기준 환율인 1180원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국내 일반의인 개원의 소득은 세전 1억 2865만 원, 봉직의는 세전 8840만 원에 그쳤다. 전문의인 봉직의 연봉은 세전 1억 8925만 원이었으며, 개원의 연봉은 2억 9338만 원이었다. 이는 정부 발표보다 각각 600만 원, 10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이와 관련 KMA 폴리시 김기범 보험정책위원은 이는 “의사수입 통계의 원본 데이터를 제공해 각자가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목적”이라며 “기존처럼 PPP로 하더라도 세부 군에 따라 순위가 다르다. 일부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역시 이 같은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 긍정적이며 실제 우리나라 의사 임금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KMA 폴리시는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추후 관련 연구결과에 대한 홍보 요청이 있다면 검토 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정책연구원에서도 별도로 의사 임금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우리나라 의사 임금이 OECD 최상위권이라는 발표가 악의적인 여론몰이에 사용되는 것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 발표가 이뤄진 후, 이 같은 고임금이 적은 의사 수 덕분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복지부 발표가 의도적으로 이슈화되고 있지는 않은 지 유심히 살피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검토 차원에서 이런 발표를 할 수 있지만, 이슈몰이로 흘러간다면 의대 정원과 관련된 곁가지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의사의 수입이 이렇게 논란이 되고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의료기관 수익은 개인이 착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수준의 직원 수와 인프라 유지에 사용돼 결국 지역사회로 돌아간다”며 “의사들의 수익을 개인적인 수익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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