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호 전 의협회장 “당연지정제, 폐지해야 의료문제 근본적 해결 가능”

- 주수호 전 의협회장, ‘당연지정제 폐지’ 미래의료포럼 창립... 150여 명 동참
- “당연지정제 폐지 못하면 한국 의료 몰락할 것” 의사들 동참 호소
- 차기 의협 회장도 출마 선언... “우리만의 방향으로 꾸준히 걸어갈 때”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의료단체가 새롭게 출발한다. 의료계 구심점이 되겠다는 포부를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을 중심으로 그간 의료계가 잃었던 리더십을 회복하고 필수의료 위기 등 의료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 전 회장은 의협 회장직에도 재도전한다.



지난 9일 주 전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의협 출입기자단과 만나 미래의료포럼 발족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내년 펼쳐질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도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의료포럼은 오는 26일 의협회간에서 창립 총회를 열어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김건상 전 대한의학회장과 박경아 전 한국여의사회장이 고문을 맡게 됐으며 150여 명의 의사들이 발기인 명단에 참여해 의료계 구심점을 향해 나아간다.

주 전 회장은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지만 전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지난 의약분업 이후 의사를 하나로 묶은 계기가 없었다. 그저 현안에 반대할 논리 개발에 바빠 모든 의사가 함께할 지점을 잃었다. 이를 다시 회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가장 처음으로 수행할 목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라고도 했다. 지금 필수의료 위기와 의료계 난제의 모든 시작점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서 유발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폐지해 정부와 의료계가 동등한 위치에 서서 건강보험 보장성 문제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의 마련이 우선이라고도 했다.

주 전 회장은 “의사들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정부에 구속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워도 의미가 없다.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의료계와 정부가 동등한 계약 관계를 맺어야 필수의료 문제 등 한국 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국민건강보험과 경쟁하는 민간보험이 들어와야 한다. 의사도 환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건강보험 단일 구조로 보장성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연지정제가 존속하는 한 한국 의료의 몰락은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요양급여 당연지정제의 폐지 요구는 과거 의료계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것이다. 두 차례 위헌 소송도 제기됐지만 결국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주 전 회장은 “그래서 의료계의 여론 수렴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위헌 소송과 심판은 법률적 판단이 아닌 정치, 사회적 판단”이라며 “전체 의사 사회가 당연지정제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체계를 요구해야 한다고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문제의식에 동참하고 있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30~40대 젊은 의사 활동에 주목했다. 주 전 회장은 “당연지정제 제도가 촉발한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며 “의료계 임의단체에서 정책을 맡고 있는 젊은 의사들이 늘었다.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에 만연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이비 의료 문제도 의사 손으로 직접 해결하겠다고 당부했다. 한방문제는 물론 실손의료보험 악용처럼 의사 사회 내부 병폐도 자정 대상이다. 미래의료포럼처럼 의사가 “스스로 나서서 자율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의사들이 사회에서 올바른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료포럼 창설 등 몇 년만에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이유가 내년에 있을 의협 회장 선거 때문이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 주 전 회장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라며 솔직하게 인정했다. 최근 간호법 사태가 잘 마무리되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이 끝난 만큼 “공식적으로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밝힐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와 미래의료포럼은 별개의 조직이라고 잘라 말했다. 포럼 창립이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이나 주 전 회장 개인의 선거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모두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주 전 회장은 “지금 이 자리에서 포럼과 선거는 완전히 별개라고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미래의료포럼은 선거와 관계없이 간다. 포럼은 포럼대로, 선거조직은 선거조직대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미래의료포럼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한 여론수렴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내건 목표가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우리만의 방향으로 꾸준히 걸어갈 때다. 공동의 목표 아래 의사가 뭉치면 강력한 리더십이 형성된다. 이것이야 말로 의사가 지닌 가장 큰 힘이다. 이를 통해 의료 현안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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