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필수의료 붕괴 막기 위해 공공임상교수제도 법제화 추진
- 의료계 “임시방편 아닌 지역 의사 처우 개선과 인프라 구축해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를 전담하는 공공 임상교수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계가 임시방편에 불과한 정책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해당 제도는 지역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당장 개선하는 것에 그치는 임시방편일 뿐이며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공공 임상교수요원 확보를 위해 ‘국립대병원법’과 ‘서울대병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임상교수요원으로서 공공보건의료를 전담하는 공공 임상교수요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립대학병원의 공공보건의료사업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시범사업은 10개의 국립대병원이 150여 명의 공공임상교수를 선발하여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개정안은 시범사업을 법제화해 정책적으로 공공임상교수제도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지역필수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실효성 등 효과가 하나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10일 해당 법안들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국회와 교육부에 제출했다.
의협은 의견서에서 “공공임상교수의 신분과 처우 등이 현저하게 낮은 것이 아님에도 지원율 자체가 저조한 것은 신분과 관련한 것이 주요된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지방 의료 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단순히 국립대병원 소속 공공임상교수제라는 명칭만 변경한 제도 도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교육부가 10개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 공모를 진행했으나 150명 모집에 지원자가 12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시범사업이라고도 통칭하기 어려운 수준의 제도가 된 것이다. 지원자가 적었던 이유로는 정년 보장이 아닌 계약직인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안덕선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화장은 “공공임상의사제도는 공공의료기관 인력 충원을 위해 국립대 교수라는 직함을 이용한 유인책을 쓴 것인데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며 “우선 응모대상자가 공공임상교수의 역할과 위치가 어떤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도 “지방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 분야 의사 확보를 위한 임시 방편이 아닌 이들의 처우나 진료환경, 지역 인프라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수급 대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공공 보건의료기관이 비효율과 부실한 경영으로 만성 적자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제도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는 재정지원은 불필요한 재정 소요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공공임상교수제의 대안으로 의료계는 공중보건의사제도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안덕선 부회장은 “현재의 공보의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에 약 2400명의 공공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상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공보의는 25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근무지 절반 이상에 의료기관이 존재한다. 공보의 3년 기간의 근무를 사회와 시대의 요구에 맞게 다시 잘 설계하고 공공기관 근무에 대한 매력과 관심을 갖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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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