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일선 의료기관 혼란 겪자 법 조항 의미 해석 구체화해 발표
- ‘환자 의식 없는 상태’ 전신마취 포함 수면마취 등 계획 진정도 포함
- 병의원 불안 여전 “수술과 시술 경계 불명확... 사례별 정리 필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행 시기가 1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법 조항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나섰다. 다소 애매하다고 지적받았던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 해당하는 ‘마취’ 범위 및 수술실의 뜻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료계는 정부가 보다 더 확실한 입장을 낼 필요가 있다며 이는 앞으로 의료사고 발생에 있어 CCTV 설치 유무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법 시행 적용 범위를 안내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의료법 제38조의2는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권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안에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의 범위가 어디까지로 볼지에 대한 것은 의료기관 초미의 관심 사안 중 하나였다. 법 조항에서 전신마취 ‘등’이라고 표기한 탓에 보다 폭 넓게 이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의 범위에는 전신마취 뿐만 아니라 수면마취와 같은 계획된 진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즉 수술을 하는 동안 환자가 상황을 인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해석했다.
다만, 수술실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나와있는 것처럼 시설 기준과 규격을 갖춰 신고한 수술실이라고 명확히 기재했다. 임상 검사실 및 회복실과는 구분된다는 것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34조는 의료기관의 의료기관의 시설 기준 및 규격을 정하고 있다. 병원급 이상에서 수술실은 외과계 진료과목이 있으면 갖춰야 한다. 의원은 외과계 진료과목이 있고 전신마취로 수술을 할 때만 수술실을 만들면 된다.
수술실에는 하나의 수술대만 둬야 하고 환자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먼지와 세균 등이 제거된 청정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기정화설비를 갖추고 내부 벽면은 불침투질로 해야 한다. 적당한 난방, 조명, 멸균 수세, 수술용 피복, 붕대 재료, 기계 기구, 의료가스, 소독 및 배수 등 필요한 시설을 갖춰야 한다. 콘센트 높이는 1m 이상 유지하고 호흡장치의 안전관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 수술실에는 기도 내 삽관유지장치, 인공호흡기, 마취 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 모니터 장치를 갖춰야 한다.
복지부의 안내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안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수술실’이 아닌 장소에서 수면 마취로 수술 및 시술을 했을 때 해당 공간은 CCTV 의무 설치 공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면마취 시술 또는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실이 아닌 다른 이름의 공간에서 이뤄진다면 CCTV 관련 법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소리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도 "의료법 조문 자체에 수술실이라고 명시돼 있다.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게 아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촬영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라며 "법적인 취지를 고려해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선명하게 정리했다.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검사실, 진료실 등으로 확대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면마취하 시술과 수술이 이뤄지는 공간에 CCTV 설치 여부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정부 입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말하는 수술실은 전신마취만 해당한다"라고 잘라 말하며 "CCTV 의무 법 조항에는 '등'이라는 한 글자가 들어가면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술과 수술은 구분이 잘되지 않는 데다 임상 현장에서는 수술실이 아니더라도 시술과 수술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내시경실에서 수면 마취하에 대장내시경을 하다가 용종을 발견해 절제하는 수술을 하다가 장 천공이라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술실 CCTV 설치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때 실손보험사는 대장용종절제술도 수술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의사들도 수술이라는 데 동의를 한다. 그럼에도 내시경실에서 일어났으니 CCTV 의무 설치 공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문서 명칭이 소견서라고 해도 진단서에 해당한다고 보는 법원 판단도 있다. 수술이라는 의료 행위를 한 곳이 내시경실이더라도 수술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복지부는 CCTV 설치 대상이 아닌 경우를 사례별로 확실하게 정리하건, 수술실이 아닌 공간에서 수술 및 시술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등 확실한 입장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라며 "그전에는 수면마취 하에 시술 및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CCTV 설치 의무화 부담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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