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퀸텀에너지, 세계 최초 상온 초전도체 ‘LK-99’ 개발 논문 발표
- 논문 발표 과정 및 내용에 의문... 과학적으로 까다롭고 철저한 검증 거쳐야
- ‘LK-99 관련’ 원고 2개 연달아 업로드됐으나 내용, 저자, 표현까지 모두 달라
국내 벤처기업 퀸텀에너지가 개발했다고 공개한 세계 최초의 상온 초전도체 ‘LK-99’에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노벨상은 물론 곧 583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물질이 국내 기업 손에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며 ‘허풍’이라는 정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전도체는 노벨상의 보고(寶庫)일만큼 엄청난 발견이다. 1913년 네덜란드의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섭씨 –269도의 액체 헬륨을 만들어 수은의 극저온 초전도 현상을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어 초전도 현상을 설명한 ‘BCS 이론’을 수립한 미국의 존 바딘, 리언 쿠퍼, 슈리퍼도 1972년 나란히 노벨상을 수상했고, 섭씨 –238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세라믹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한 스위스의 칼 뮬러, J 게오르크 베드노르츠도 1987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자원도 고갈되고 있는 액체 헬륨을 사용해야 했던 초 전도 현상을 이제 섭씨 –196도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준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은 곧 노벨상 수상이라는 것이 확실한 중론으로 평가받는다.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의 열운동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전도 현상은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대단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은 세계 각지에서 계속해서 있어 왔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두 근거 없는 억지로 밝혀졌다. LK-99에 대해 국내외 과학계와 언론에서 의구심을 품는 것도 이 때문이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선 과학계의 철처하고 까다로운 검증이 꼭 필요하다. 개발자의 일방적인 주장은 큰 의미를 가지진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논문 발표는 본격적인 과학적 검증의 시작이나 다름이 없다. 논문 발표 이후 확인된 오류로 인해 논문이 철회되는 일은 빈번한 일이다. 연구자의 경력과 명성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고온 초전도체를 개발한 베드노르츠가 논문 발표 1년만에 노벨상을 받았던 것이 아주 이례적인 사례이고, 이마저도 성공적인 관련 경력을 쌓아온 60세의 베테랑 연구원 뮬러와 스위스 IMB 연구소의 명성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절차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지난 300여년 동안 세계 과학계가 각고의 노력으로 정립해 온 ‘연구윤리’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연구의 과정이 성실하고, 투명했으며, 정확하면서도 엄밀하게, 또 정직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2008년 설립되어 10명 이하의 인력으로 명맥을 이어온 퀸텀에너지가 과연 그런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도 없으며, 경영실적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오히려 아무 관계가 없는 한국화학연구원·대한화학회·LG이노텍·삼성SDI·포스코 등의 명의를 도용하는 황당한 일도 저질렀다.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절차도 매우 황당했다. 동료 평가를 거치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일반적인 절차를 생략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나 어떤 제한도 없이 자신의 논문 원고를 올릴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인 ‘아카이브’가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학술지의 대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카이브’를 출판사가 저작권을 포기하는 ‘오픈 액세스’라고 혼동해서도 안 된다.
또한, 개발자들이 아카이브에 올린 원고마저 지난 7월 22일 오후 4시(원고 A), 오후 7시(원고 B)에 서로 다른 원고 2편을 경쟁적으로 연달아 올린 것은 치명적인 오류이자 실수로 작용할 것이다. 2편의 원고 모두 ‘LK-99’라는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을 주장한다. 문제는 두 논문은 저자도 다르고, 제목도 다르며, 표현방법은 물론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모두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원고에 소개된 실험 자료가 동일한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논문에서 공개된 기울어진 자기 부상 현상은 초전도체가 아닌 흑연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때문에 전기 저항이 0으로 떨어진 것도 불명확하고, 상전이에 대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초전도저온학회가 LK-99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발자 사이에서 터진 내분도 이마를 짚게 만든다. 원고 A의 주저자이자 교육부 연구과제 책임자로 알려진 권영완은 원고 B에서는 저자 목록에 끼지도 못했다. 반면 원고 B에서 개발과정과 원고 작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기재된 오근호·김현탁은 원고 A의 저자 목록에선 찾아볼 수 없다. 개발진의 대변인 역할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김현탁은 지난 4월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이기도 하다. 도대체 LK-99를 개발한 개발자가 정확히 누구이며 몇 명인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다.
연구자의 과거 이력도 의문을 품게 한다. 김현탁 박사는 지난 2005년 청와대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주목 받았던 인물이다. 세계 물리학계에서 56년간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금속·절연체 전이현상’을 규명하고 실험에도 성공해 ‘노벨상’ 수준의 이뤄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한국물리학회에서는 청와대와 전혀 다른 의견을 보이며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LK-99와 관련해서 지난 5월이 되어서야 뒤늦은 협약을 체결하고 활동을 시작한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에도 의문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위 언급한 내용처럼 수많은 의문에도 에너지공대는 자신들의 확인한 결정 구조가 ‘원고’에 발표된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에너지 특화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자신들의 목표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는 섣부른 발표였다.
일부 개발자의 과거 지도교수의 절박한 유훈(遺訓)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는 감성적인 주장도 낯 뜨겁다. 그런 주장은 권위주의 시대·사회에나 어울리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작고한 스승이 생전에 LK-99의 개발에 직접 관여했던 것도 아니다. 1994년의 저서 '초전도 혁명의 이론적 체계'의 내용도 LK-99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LK-99의 객관적 검증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LK-99를 만드는 '레시피'를 공개했다는 퀀텀에너지의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문서로 공개한 레시피만으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국 퀀텀에너지가 LK-99의 샘플을 제공하지 않는 한 직접적인 검증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1999년에 처음 개발했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지난 24년 동안 학술논문도 한 편 발표하지 못한 과제를 계속 고집한 것을 '집념'이나 '끈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2019년의 교육부 지원이 정당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교육부의 지원을 받았으면서 특허 출원에서는 소속기관을 빼버린 규정 위반도 살펴볼 일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이론센터는 "슬프게도 이제 게임이 끝났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네이처도 "전문가들이 매우 회의적"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일부 언론이 요란하게 만들어낸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하는지, 아니면 정말로 상온 초전도체 ‘LK-99’가 명백하게 입증될지는 향후 퀸텀연구소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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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