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에 전방위적으로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화장의 기부금품법 위반 사건도 감사 대상에 올라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 날부터 29일까지 의협에 대한 종합 감사를 실시한다. 3년마다 진행되고 있는 정기감사로 지난 2020년 1월 의협이 추진한 업무의 전반적인 내용들이 감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는 의협이 사단법인의 설립 요건을 제대로 충족해 운영하고 있는지. 의사결정 등 과정들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목적사업을 균형적으로 잘 추진하고 있는지 등 전반적인 운영 상황을 점검한다. 간호법 등 저지하기 위해 활동했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비 지출, 보수교육 사업, 신축회관 건설 등에 사용된 예산도 적정하게 집행됐는지도 감사 대상이다.

다만 복지부는 의협과 통상적으로 감사하던 것 외에 의료계 내부에서 불거졌던 개별 사안도 살펴볼 방침이다. 의협이 운영하는 의료사고 배상보험인 공제조합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소청과의사회장 기부금품법 위반 등이 개별 사안에 포함된다. 복지부는 사전에 의협 측으로 발송한 공문을 통해 이 두 사안에 대해서도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를 안내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의 기부금품법 위반 사건은 5년 전인 지난 2018년 4월 벌어졌다. 임 회장이 개인명의 통장으로 후원금을 모집해 회원으로부터 횡령이 의심된다는 고소를 당했다

법원은 지난 2020년 8월 임 회장이 관찰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명의 통장으로 총 1억6,237만 원을 입금 받아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며 2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그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는 50만 원 벌금형을 선고유예한 1심 판결보다 무거운 양형이다. 임 회장이나 검사 측이 상고하지 않아 2심 판결로 형은 확정됐다. 형법에 따르면 선고유예는 2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어 임 회장에 대한 선고유예가 끝나기 전인 지난해 7월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심의 요청이 접수됐다. 회원 대상 기부금품 모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회칙을 위배했으니 징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심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복지부는 의협 윤리위가 열리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의도적으로 열지 않는 것인지, 혹은 자체 조사를 통해 소청과의사회가 후원금을 적정하게 사용했다고 결론 내린 것인지 등을 감사할 계획이다.

공제조합 내부 폭로를 통해 논란이 됐던 이정근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도 감사 대상이다. 공제조합 김세헌 대의원은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을 폭로하고 사용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 이사장이 지난 2021년 8월과 11월 부산과 전주 지역에서 총 160만 원 가량을 법인카드로 결제했지만 공제조합 업무와 연관성이 적은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에 이 이사장은 “규정을 어기고 업무 외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김 대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었다.

하지만 결국 복지부 감사를 받게 됐다. 복지부는 공제조합이 법인카드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감사할 계획이다. 사적유용은 형법에 따른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협은 복지부 감사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종합감사를 받는다. 통상 복지부 감사는 협회가 수행하는 회무 전반에 대해 이뤄졌지 개별 사안에는 집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있고 이번 복지부 감사도 그 기조를 이어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종합감사도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