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료비 허위청구, 의대 정원 논의 치명타될까... 의료계 “정치적 흠집”

- 건보공단 표본조사서 대상 의료기관 모두가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사실 드러나
- ‘의사와 깊은 갈등’ 한의계 “의료 독점의 폐단... 조사 더 확대해야”
- 의협 “사실이라면 처벌해야 하지만 정확한 근거 먼저 제시하고 확대해야”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의대 정원 논의 재개를 코앞에 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진료비를 일부 요양기관이 부당하게 청구한 사실이 들어나면서 의료계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공격당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계와 갈등이 깊은 한의계 역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1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이 개최되며 한동안 중단되었던 의대 정원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만 참여했던 의료현안협의체와 달리 보정심에서는 노동자, 소비자, 환자 등 수요자 대표도 논의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서 정원 확대 쪽으로 의견이 쏠릴 것이 유력하다.

특히 복지부가 최근 우리나라 의사 수입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고 발표하거나 코로나19 동안 요양기관이 부정하게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연이어 의료계가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조사에서 조사 대상에서 모든 요양기관이 코로나19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표본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인 요양기관은 모두 12곳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0월부터 4월까지 6개월간 이들 12곳 요양기관을 직접 방문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이후 29개월 동안 진료 내용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모든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부당 청구액은 9억 5300만 원에 육박했고, 이미 자체적으로 환수한 사실도 확인했다.

부당청구 유형을 보면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접종 비용에 포함된 진찰료를 중복해서 청구하거나 백신 접종을 했던 당일 진료하지 않은 질환에 대해 진찰·처치 등을 허위로 청구했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코로나19 비대면 진료를 통해 재택 치료를 받던 환자와 실제로는 전화 상담을 하지 않고 전화상감 관리료 명목으로 요양급여비를 청구하거나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없었던 환자에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를 급여로 청구한 곳도 있었다. 이에 건보공단은 관련 조사를 더욱 확대해 전국적으로 실시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초음파·뇌파 진단기기 허용’ 등 지속적으로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의계도 즉각 문제 제기를 하며 의료계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담보로 잇속을 챙긴 의료기관들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건보공단이 해당 조사를 전국단위 조사로 확대할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런 원인에 대해 의사들의 의료독점 탓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의협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한의사에게도 RAT 검사, 재택치료 참여 등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한의협은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의사들에게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한 것이 오히려 총파업과 부당청구로 돌아온 셈”이라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해 쓰여야 할 건보재정이 독점적 지위와 권리를 누리는 일부 양의사들의 경제적 편취를 위해 악용된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위주 독점적 의료제도의 폐단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들이 의사들의 독점에 의해 좌절됐다”며 “의료 카르텔로 인한 불법 리베이트, 실손 보험 누수, 대리 수술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철옹성처럼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역시도 이들 요양기관들이 부당청구를 한 사실이 명백하게 들어나면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동감했다. 다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관련 자료가 무엇을 근거로 조사 대상을 선정하고, 조사를 진행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논의가 재게 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자료가 나온 것이 시기적으로 의료계 흠집 내기로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이들이 실제로 부당청구를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의협 차원에서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의료 독점을 지적한 한의계를 이들이 향해선 감염병 대응, 필수의료 등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의학적 근거를 입증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부당 청구가 실질적으로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하는지 봐야 할 것 같다”며 “실제로 허위 청구라고 하면 엄중한 처벌로 선량한 다수의 회원들을 보호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필수의료나 감염병에 한의학적으로 접근하겠다면 그에 합당한 의학적 근거부터 내놔야 한다”며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으로 의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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