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노조, 개인 휴대폰 기록 공개... ‘연필사건’ 부모들과 지속적 연락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연필사건’ 관련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폰 번호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았다는 주장이 교사노조로부터 나왔다.
앞서 경찰은 ‘부모가 교사에게 전화를 한 기록이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부모의 통화 요청으로 교사가 부모에게 전화를 걸거나 개인 휴대폰, 업무용 메신저, 교실 유선 전화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주장이다. 숨진 교사가 같은 학급 10여 명의 학부모로부터 업무용 메신저(하이톡)으로 민원 폭탄을 받았던 정황도 있다.
17일 서울교사노조는 “지난 7월 12일 오전, 연필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오후에 고인의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다”며 “같은 날 오후 9시에는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교사 개인 휴대폰으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18일 사망한 서이초교사 A(23)씨의 유족이 제보한 문자와 하이톡 내용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앞서 14일 “학부모들이 A씨의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A씨가 부모들로부터 받은 문자나 하이톡 내용은 공개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유족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씨와 학부모들은 하이톡과 학교전화, 개인 휴대폰을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긁은 ‘연필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12일 당일, 피해 학생 학부모 측은 사진과 함께 “오후 2시 이후에 통화를 원한다”고 A씨의 하이톡에 남겼고, A씨는 해당 학부모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오후 2시 51분(7분 통화), 오후 3시 11분(4분 통화) 등 2차례 전화를 걸었다. 문자 기록도 1건 있다. 가해 학생 학부모 역시 같은 날 오후 9시경 A씨의 휴대폰에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A씨는 사망 전날(7월 17일) 부모들에게 보내는 알림장에서 “교사에게 용무가 있을 경우 학교 전화나 하이톡으로 연락 달라”고 적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고인이 개인 번호로 연락 오는 상황에 매우 힘들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 했다.
‘연필사건’은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피해 학생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격화됐다. 가해 학생의 부모는 A씨를 통해 피해 학생 부모에게 “마음이 편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피해 학생 부모는 불쾌감을 표하며 가해 학생과 부모를 모두 만나고 싶으니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A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무 힘들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노조는 이 점을 보아 “고인이 연필사건을 둘러싸고 두 학부모 사이를 중재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A씨는 학급 학생 26명 중 10여 명의 학부모로부터 하이톡 민원을 쉴새 없이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공개한 올해 3월 6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A씨가 학부모들에게 받은 하이톡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수업 중에 울거나 소리지르는 등 수업을 방해하는 다른 학생 때문에 자신의 자녀가 학교 생활을 힘들어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중에서는 “우리 아이가 놀림을 받고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학부모부터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 않지만 고민하고 있다. (다른 학생이) 지속적으로 와서 그렇게 만지고 듣기 싫은 말을 계속 하는 것은 엄밀히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 사안인 것 같다. 상대방 어머니께서도 이 일에 대해 알고 훈육하고 계신 것인지 궁금하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민원 속에 A씨는 “제가 전화드리겠다”. “제가 미처 살피지 못했다”. “송구스럽다”는 답변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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