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창단 멤버이자 성실함의 아이콘이었던 KT 주전 중견수 배정대(28)가 시즌 중 때 아닌 학교폭력 의혹에 휩싸였고 내용 일부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시인 당일 선발 출전해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루며 맹활약했다. 

배정대는 17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온라인 상에 올라온 이슈로 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문을 업로드했다. 사과의 이유는 앞서 온라인상에서 폭로된 11년 전의 학교폭력 가해에 대한 사과였다.

배정대는 “성남고 2학년 재학시절 2012년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그 곳에서 당시 3학년 선배들의 주도로 단체 얼차려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2학년 주장이던 저는 1학년 후배들에게 얼차려 준 사실이 있고, 후배들의 엉덩이를 배트로 3대씩 때렸다”라며 “얼차려 준 후배들에게 사과를 했고, 이 후 (폭로글에서 주장된 것처럼) 어떠한 폭행이나 욕설도 없었다. 이는 함께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후배들에게 재차 확인한 사실이며, 다수의 후배들이 자발적인 진술 의사도 표명했다”고 일부 인정했다.

해당 논란은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배정대 선수에게 받은 학폭과 그 후의 삶’이라는 게시글이 업로드되면서 시작됐다. 자신을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배트에 맞은 순간 너무 고통스러워서 가해자 선수에게 한 번만 봐달라고 호소했고, 그 선수는 오히려 그 순간 무자비하게 저의 명치를 주먹으로 가격해 제가 숨을 못 쉴 정도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상태로 수차례 저를 밟고 구타했으며, 또 다시 엎드리게 해 배트로 2대 더 때렸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KT 구단 측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구단으로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의 메일이 수신됐고, A씨는 메일에서 배정대가 아닌 제3자를 통해 학폭 피해 관련한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다며 배정대 측의 사과과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다.

이에 KT 운영팀장과 구단 자문변호사가 직접 A씨와 만났다. KT 관계자는 ”A씨가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자 ‘어떤 방식을 원하는지’에 대해 A씨의 의중을 물었고 A씨가 합의금 2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같은 내용을 알게된 배정대도 전지훈련 당시 단체 얼차려 사실을 시인하고 A씨를 만나 직접 사과하려고 했으나 A씨가 합의금의 금액을 계속해서 올렸다.

결국 막판에 이르러서는 배정대 연봉의 절반인 1억 7천만 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배정대는 사과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고 합의를 거절했다. 이에 A씨가 1억 3천만 원으로 합의금을 깎고 더 이상의 합의는 없다고 배정대 측에 최후 통첩을 전달한 상태이다. KT 구단은 해당 사건을 위해 노력하다 최근 배정대 에이전트 측으로 사건을 일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구단은 A씨와 연락을 취하며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배정대의 성남고 동기, 후배들에게 연락해 사실관계 파악도 진행했다. 많은 이들이 11년 전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이들에게 사실관계 확인서도 양해를 구해 제출받았다. 배정대의 SNS 사과문대로 배정대가 얼차려를 가했으나 이후 후배들에게 사과했고, 추가 괴롭힘이나 폭행 없이 잘 지냈다는 내용의 확인서이다.

2015년 KT 창단 멤버로 수원 위즈파크에 입성해 KT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해온 배정대는 올해 시범경기서 손등에 공을 맞아 시즌 출발이 늦어졌다. 이후 재활을 거쳐 5월 중순 1군 복귀 준비를 마쳤으나 A씨와의 갈등으로 인해 1군 엔트리 등록이 늦어진 사실도 전해졌다. 건강한 몸 상태에도 사실관계 확인, A씨와의 합의금 협의 등으로 2군에서 약 보름의 시간을 더 보냈다고 한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됐고, KBO 측도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프로야구 소속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배정대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배정대는 “운동부에 내려오던 악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에 당초 해당글 게시자에게 사과 및 보상 요구를 최대한 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협의점을 찾지 못했고, 향후 대리인을 통해 연락을 취할 예정이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한편, 배정대는 시인 당일이던 17일 잠실 두산전에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하는 강행 돌파를 선택했고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는 맹타와 수차례의 호수비로 팀 승리를 지켜내며 KT의 5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전 KT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는 엔트리 제외 등의 조치를 취할 상황이 아니다. KBO도 학교폭력을 주장한 제보자에게 징계 사항이 아니라는 내용을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배정대를 향한 신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