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졸속한 행정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 대한축구협회(KFA)의 무능하고 아마추어식 행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위상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 5월 KFA는 인적 쇄신은 단행하면서 환골탈퇴를 외쳤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못했다. 여전히 KFA는 FA컵 4강전 연기,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원격 지휘 논란에 명쾌하게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잼버리 사태는 한국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고, 축구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졸속 행정을 보여준 끝에 파행으로 치닫은 잼버리 조직위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 및 폐영식을 개최하겠다고 전북현대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전북현대는 9일 예정되어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FA컵 4강전을 KFA 측에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KFA는 갑작스런 변수에 이를 수용하면서 “잼버리 행사와 관련한 변수로 일정 준비에 차질을 빚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천 구단과는 제대로된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6일 K리그, 9일 FA컵 4강전까지 연이어 전주에서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고, 때문에 선수단은 전주에 장기간 머물며 경기를 준비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일정 연기로 많은 위약금을 떠안게 됐다.
인천 구단은 “협회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경기 일정 변경 등에 대한 공문을 받아 전주에서 대기중이던 선수단은 전원 철수했다”며 “우리 구단은 예정대로 경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같은 날 열릴 예정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FA컵 4강전 경기도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연기한 바 있다. 제주도에서 급히 보낸 공문 한 장 때문에 경기 1시간 전 급하게 연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경기는 연기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아마추어식 행정이 이어지면서 KFA가 스스로 FA컵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FA컵 4강전은 결국 홈 앤드 어웨이(2경기) 방식에서 단판 승부로 변경됐다.
여기에 더해 클린스만 감독의 원격 지휘 논란도 터졌다. 당초 부임 때부터 클린스만 감독의 과거 이력을 토대로 ‘원격 지휘’ 우려가 불거졌으나 취임식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한국에 상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를 일축했었다.
하지만 부임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한 기간은 50여 일에 불과하다. 여름 휴가를 마치고 한국에 복귀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고, 원격으로 업무를 보다가 유럽에서 해외파 점검을 한다. 이후 귀국 계획 없이 9월 유럽 원정 A매치 연전에 합류하기 위해 영국 웨일스로 향할 계획이다.
이에 선임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원격 지휘 논란을 KFA가 해결하지 못하고 클린스만 감독에게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격지휘 논란’ 속에 결과도, 여론도 챙기지 못했던 KFA가 5개월이 지나도록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적 쇄신 후에도 크고 작은 문제는 계속 일어났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상민(성남FC)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선발했다가 뒤늦게 제외했다. 협회는 “K리그1(1부리그)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 한장을 허공에 날릴 위기다.
협회 심판위원회의 언더스탠딩 풋볼(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 논란도 불거졌다. 잘못된 판정에 대한 개선 없이 심판을 향한 일방적인 존중만 요구하고 있다. 동일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3월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포함한 축구인 100인의 기습 사면을 했다가 철회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후 정 회장을 제외한 임원진이 총사퇴했다. 5월 새 이사진을 꾸리며 사과와 함께 쇄신을 외쳤다. 상근 부회장 도입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새 출발을 다짐했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성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