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맨쉽과 미련함 사이, MLB에서 스스로 날린 대기록에 갑론을박

선수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멋진 ‘스포츠맨쉽’을 보여준 것일까, 아니면 미련한 고집으로 대기록을 스스로 발로 찬 ‘바보’인 것일까.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선수가 행한 행동으로 팬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출처 : AFP 연합통신

지난 21일 미국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경기는 12대 1로 아메리칸 리그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볼티모어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시시했던 경기가 화제로 떠오른 된 부분은 볼티모어의 신인 타자 거너 핸더슨의 ‘선택’ 때문이었다.

올시즌 전까지 2001년 생으로 볼티모어 최고 유망주로 평가 받았던 핸더슨은 올시즌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 볼티모어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홈런을 벌써 21개나 때려내며 훌륭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오클랜드 마운드에 악몽을 선사한 핸더슨이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낸 후 차례로 3루타, 홈런을 기록했고, 사이클링 히트(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한경기에 기록)에 단타 1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보통 사이클링 히트가 대기록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홈런이나 3루타를 뽑아내기 어렵기 때문인데 2개 모두 뽑아낸 핸더슨이 가장 흔한 단타만 때려낸다면 대기록이 작성되는 것이었다.

8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핸더슨은 많은 야구팬들의 기대 속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고, 그가 친 타구는 1루 베이스 옆을 스쳐 외야로 빠져나갔다.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을 신인 타자가 기록하는 엄청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핸더슨은 1루를 밟고 거침없이 2루로 향했다. 결국 최종 기록은 2루타였다. 사이클링 히트를 단타가 부족해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야구에서는 2루타성 타구를 날리더라도 타자가 2루까지 가지 않고 1루에 멈춰서면 단타로 기록된다. 만약 핸더슨이 1루에서 멈췄더라면 12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사상 최초의 신인 사이클링 히트 달성자로 기록될 수 있었다. 핸더슨은 여기에 대해 “사이클링 히트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이게 내가 경기에 임하는 방식”이라며 1루에 멈추지 않은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많은 야구팬들은 그가 놓친 기록을 아쉬워하면서도 멋진 스포츠맨십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매 순간 선수로서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보여준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 점수차나 상황을 떠나 최선을 다하는 주루로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준 것도 칭찬받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팀이 지고 있거나 1점이 꼭 필요한 순간이라면 모를까 경기는 이미 볼티모어가 크게 앞서며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경기였고, 오클랜드도 추격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2루까지 가는게 큰 의미가 있었냐는 주장이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승패도, 최선을 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개인의 가치를 위한 기록도 중요하다. 핸더슨이 개인 기록을 위해 1루에서 멈췄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혈기넘치는 어린 신인은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대기록의 순간을 그렇게 스스로 포기했다. 과연 이 순간이 후에 그가 훌륭한 타자로 더 숱한 기록을 남기며 ‘스포츠맨쉽’의 대명사로 남게 될지, 아니면 평생에 찾아오지 못할 순간을 미련한 고집으로 포기한 타자로 남게될 지는 그의 앞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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