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술 후 뇌경색 후유장애, 의료진 과실 아니다” 7억 원대 손해배상 기각

-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심장 수술 받은 뒤 대량 출혈 후 뇌경색 후유장애 발생
- 서울중앙지법, 환자 측이 제기한 의료법인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 “수술 후 뇌경색 발생했다고 해서 의료진 과실 탓이라고 단정 못해”

법원이 수술을 받은 후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뇌경색 후유장애를 겪고 있다며 7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환자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의료진이 불가항력한 상황에서 최선의 응급조치도 시행했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의료진 과실로 인해 후유 장애를 겪었다며 환자 측이 병원 운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이 제기된지 5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환자 A씨는 지난 2017년 3월 13일 B의료법인이 운영하고 있는 C병원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심장 수술을 받았다. C병원 의료진은 A씨가 심부전과 대동맥 파열의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통한 방법을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치료받기를 권유했다.

이에 A씨는 이날 오전 8시경 상행대동맥 치환술과 기계 판막을 이용한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을 마친 뒤 인공심폐기를 떼어내자 마자 대량으로 출혈이 발생했고, 이에 의료진은 다시 인공심폐기를 재가동해 지혈하고 14일 오전 2시 30분에 A씨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14일 오후 늦게 깨어난 A씨가 신체 왼쪽에서 위약감을 호소하여 18일 의료진은 뇌CT검사를 실시했으나 병변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A씨의 의식이 불명료해지고 섬망 증상이 나타나 22일 중환자의학과로 전과하고 상태를 계속해서 살폈다. 결국 27일 A씨는 정신성 강직성간대장 발작 증상을 모여 뇌MRI 검사를 통해 급성 뇌경색 소견을 받았다. 현재 A씨 뇌병변 장애로 인해 의식 저하, 사지마비, 인지 저하 등의 휴유증을 겪고 있다.

이에 A씨 측은 B의료법인이 수술 중 의료진 과실로 뇌경색이 발생했고, 적절한 진단과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7억 2989만 1890원과 지연이자 지급을 청구했다.

A씨 측은 “판막 조직 손상을 피하고 수술부위에 남은 조직을 충분히 세척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하게 했다”며 “대동맥벽이 죽상경화로 약해졌는데도 수술을 중단하지 않았고 인공심폐지를 최소한만 사용하는 데도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가 수술 직후 왼쪽 몸에 위약감을 호소 했음에도 CT, MRI 검사와 재관류 치료도 지체되어 더욱 뇌경색이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입은 장애와 C병원에서 받은 수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오히려 C병원 의료진이 A씨 수술 부위 상태를 확인해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뇌경색은 환자가 받은 수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에 해당한다. 따라서 급성 뇌경색이 관찰됐다는 소견만으로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이 있었다고 무작정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대동맥 판막이 이미 심한 석회화가 발생한 상태였고, 판막 조직이 조각조각 파손되어 판윤 주위를 제외하고는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인 상황 속에서 의료진이 판막 조직이 떨어져 나가 전신 색전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고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판막을 제거했고 남은 조직이 있는지 여러차례 세착과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수술 직후 혈압이 상승해 봉합부위에 출혈이 발생하긴 했으나 “집도의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수술을 마쳤다면 수술 후 약해진 대동맥 벽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감정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A씨 측이 주장한 지열을 위해 인공심폐기를 재가동하면서 뇌 손상을 입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량출혈이 발생한 상황에서 인공심폐기를 다시 가동하고 심장을 정지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지혈 방법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봤다.

또, 의료진이 뇌CT 및 MRI 검사를 지연해 뇌경색 진단이 늦어졌고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는 수술 직후에는 몸 왼쪽 위약감만 호소했고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 시점은 뇌CT검사를 한 18일경이다. 그간 의료진은 뇌경색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씨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신대체요법과 항응고제 투여를 해왔다”며 “A씨는 대동맥 수술을 받아 재관류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항응고제 치료만 계속했다고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경색 발병 24시간 내에는 뇌CT 검사에서 병변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없고 뇌경색으로 진단한다고 해서 치료 방법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A씨의 뇌경색이 27일 발생한 경련 발작으로 유발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이전인 20일경에 뇌MRI 검사를 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수술 전 설명의무와 수술 후 지도·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 청구에 이유가 없다면서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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