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레이저 갑압술 중 합병증, 의료진 과실 인정” 3억 원 배상 판결

- 허리 내시경 수술 후 마미증후군 생긴 환자, 의료진 상대 손해배상 청구
- 법원, 의료진 과실 및 설명의무 미흡 인정... 30% 제한해 3억 원 배상 판결
- 감정의 “시술 과정서 신경 손상, 빠른 시간 내에 조치도 못해”

허리 내시경 시술을 받았다가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가 수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대학병원에 제기한 가운데 법원이 의사와 병원 측에 손해배상책임이 30%정도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액은 30%이긴 해도 3억 원대에 이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허리 내시경 시술 후 마미증후군이 생긴 A씨가 시술을 받았던 B대학병원과 시술을 직접 했던 마취통증의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사와 병원의 책임을 30% 정도 제한해 인정해 3억 409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6월 허리와 다리 통증을 느껴 B대학병원 통증클리닉을 내원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C씨는 A씨를 진찰한 뒤 허리 제4-5번 디스크 협착증 진단을 내리고 허리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을 시행했다.

당시 A씨의 배우자가 수술 마취 동의서에 대신 서명했으며 동의서에는 환자의 상태와 수술방법 등을 비롯해 수술 합병증으로 두통, 뒷목통증, 안압상승으로 인해 통증, 시술 부위 통증, 경막손상, 신경손상(일시적)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하지만 레이저 감압술을 받은 다음날부터 A씨는 골반 주의의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배변, 배뇨 감각이 저하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의사 C씨는 시술 후 8일이 지나서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재활의학과 의사는 A씨의 상태를 보고 마미증후군을 의심했다. 마미증후군은 허리척추뼈 아래에 있는 여러 다발의 신경근에 가해지는 압박으로 생기는 증상이다. 허리 통증, 양측 하지 통증 및 감각 이상, 근력 저하, 화음 주변 부위 감각 이상, 배변 및 배뇨기능 장애 등의 증상을 복합적으로 일으키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C씨는 신경학적 검진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술 열흘이 넘어 다시 정형외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정형외과도 A씨가 마미증후군이 합당한 소견이라고 회신했다.

결국 환자 A씨는 이후 1년 7개월을 입원했다 퇴원했다. 신체 감정 결과 천추부 신경근병증과 이로 인한 양측 하지 근력저하, 배변 및 배뇨 기능 장애를 겪었다.

이에 A씨 측은 B대학병원과 의사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 측은 시술 전 합병증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시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키는 등 시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며 신경 손상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진단과 치료를 내려야 함에도 이를 방치해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A씨 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3명의 의사가 회신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가 법원 판단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동의서에 수술 합병증으로 일시적인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는 설명했지만 영구적인 신경 손상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감정의도 “내시경 수술로 인한 마미증후군 발생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며 “요추부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 합병증으로 마미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시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 발생했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마미증후군을 진단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의료진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술을 시행한 제4-5번 요추 부위 인근에 마미가 있는데 시술 직후 환자에게 마미증후군 증상이 발생했다”며 “시술을 하면서 카테터의 접촉 또는 레이저 열로 인한 신경 손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감정의들도 빠른 시간 안에 합병증을 진단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한 감정의는 “시술 후 1~3일 안에 영상의학적인 검사를 시행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해봤어야 하는데 열흘이 지나서야 CT를 한 것은 다소 늦은 느낌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른 감정의도 “시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협진을 시행한 것은 신경학적인 증상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대처가 매우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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