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수능 시행 30년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2028년 수능이 이 세대가 치루는 첫 수능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4년 2월까지 시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2028년 대입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과목을 찾아 수업을 듣고, 일정 기준을 통과해 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을 할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내신도 9등급 상대평가에서 A부터 E까지 5등급의 절대 평가로 전환된다. 학생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되 내신 변별을 위해 고1 공통과목에 한해서만 현행 석차 9등급제 상대평가가 시행된다.
문제는 절대평가와 과목 다양성을 핵심으로 한 고교학점제가 상대평가를 통한 획일화된 변별력을 특징으로 하는 수능제도와의 괴리감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내신의 변별력은 더 낮아지지만 높은 변별력을 가진 수능이 유지된다면 대학들은 입시에 있어 수능 성적 또는 1학년 공통과목 성적을 입시에 더욱 중요하게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선택이라는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과목 선택에 따른 대학임시에서의 유불리 문제가 없어야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며 “상대평가식 수능을 그대로 둔다면 고교학점제 적용 학교에서도 지금처럼 수능에 나올만한 문제를 풀이하는 식의 수업이 진행되거나 학생들도 수능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수능을 현행 제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고교 과정에서의 유일한 상대평가인 1학년 내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학생들이 수능에 올인하게 위해 학교를 자퇴하는 등 집단 이탈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교육부가 고교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 대학교수 등 교육 전문가 13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6.8%가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경우 수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2028년 대입 개편안이 미세한 조정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범 서울대교수는 “고교학점제에서 수능을 바꾸지 않고 미세 조정에 그칠 경우 결국 학생들은 대입 시험 준비가 전부였던 1980년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사고력을 기르고 다양한 적성을 키우기 위한 학교 수업은 무의미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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