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인정 사유에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과 함께 '의료인력의 휴가, 피로도 누적' 등을 포함해 논란
- 의료인 피로도에 상관없이 그것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큰 문제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병상 확보 명령을 확대하는 등 병상 부족 상황에 대한 대응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지친 의료인에게 굳이 '피로 누적'이라는 핑계를 대지 말라는 건 너무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 19일 안내한 '코로나19 환자 배정 거부 치료 병상 관리방안' 관련 내용에서 나왔다.
중수본은 수도권 의료 대응 강화대책 발표하면서, 같은 날 의료단체에 해당 내용을 안내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치료병상의 미사용 병상에 대해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담병원 등이 중수본의 환자 배정 요청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당일 미사용 병상 전체에 대한 손실보상을 불인정하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는 중수본이 나열한 '환자 배정 거부 시 정당한 사유 인정·불인정 사유' 예시에서 나왔다.
중수본은 환자 배정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ECMO, CRRT 등 고가 치료 장비 부족 ▲ECMO 사용 중인 2인실의 공간 부족으로 인한 추가 입원 불가 ▲담당 의사의 급한 질병, 사고 ▲천재지변 등 병원의 귀책 사유가 아닌 경우 등을 제시했다.
불인정 사유로는 ▲야간 또는 휴일임을 이유로 환자 배정 거부 ▲환자가 다른 지역 주민이라는 사유로 배정 거부하는 경우 ▲병상 배정 요청에 무응답 또는 구체적 사유 없는 배정 거부 ▲이미 완치됐거나, 현재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기저질환 등을 이유로 환자 배정 거부 ▲분만이 임박하지 않은 안정 산모 배정 거부 ▲단순 고령 등을 사유로 배정 거부 등을 나열했다.
그런데 여기에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과 함께 '의료인력의 휴가, 피로도 누적'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지난번 공문에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 불인정 예시를 들면서 '병상 가동률이 80% 이상인 경우를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붙인 반면, 이번 공문에서는 이러한 예외 단서도 삭제했다.
A교수는 해당 내용을 개인 SNS에 공유, 많은 의료인의 아쉬움 섞인 공감을 받았다. 게시글을 통해 "그동안 죽어라 당직서고, 휴식 없이 진료해 왔다"며 해당 문구를 캡처한 사진을 공유, 허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인들은 댓글에 "의료진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더니…맥이 다 빠진다", "한숨만 나온다", "인력이 부족한 게 이유가 안 되면 말 그대로 알아서 하라는 거 아니냐", "과로로 쓰러져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건가?" 등 한탄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고가 장비 부족은 사유로 인정하면서 의료인력 부족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부분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치료 병상 운영 병원에서 근무 중인 B전문의는 "만약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역이라면, 공문에 저런 문구를 적시할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며 "말 그대로 의료인이니까 휴가나 인력 부족에 상관없이 알아서 하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개인의 감정적 문제가 아니다. 한 직역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훼손한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의료인 처우 개선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의료인 피로도에 상관없이 그것도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C전문의는 "간호사와 의사들은 2년 가까이 쉴새 없는 업무에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지방에 있는 거점병원까지 코로나19 환자 병상 확보 명령을 내렸다"면서 "갑작스런 조치에 내과 외래, 타 업무에서 각각 간호사들을 차출한 상황이다. 더 이상 만들 수 있는 인력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상황에 직역의 권리를 무시하는 문구를 보니, 할 말이 없어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앞서 중수본은 지난 8월 이번과 유사한 공문을 시행한 데 대해 의료계 비판이 나오자 "수도권 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병상이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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