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스프링클러 설치비 지원 사업 대상 병원 중 절반이 중단
- 복지부 “내년부터 중도 포기 병원에는 비용 지원 제외” 검토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의 시행이 유예되면서 병원들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미루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내년부터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중도포기하는 의료기관에는 추후에 다시 설치하더라도 비용응 지원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의 서면 질의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기관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비용을 각각 3분의 1씩 부담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지원대상 의료기관 46곳 중 절반이 설치를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은 지난해 8월 말부터 병원급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소방시설법 시행령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6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정부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소급 설치 대상 병원 2077곳 중 79%에 해당하는 1649곳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마쳤다. 불과 지난해 6월까지만 하더라도 스프링클러 설치율은 44%에 그쳤는데 정부와 소방청의 적극적인 독려에 힘입어 8개월 사이에 35%나 늘어난 것이다.
병원 스프링클러 의무화는 2018년 1월 밀양세종병원 화재 발생으로 나온 대책 중 하나이다. 2019년 8월에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간이)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소방시설법)’이 개정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뿐만 아니라 자동 화재 속보설비, 방염성능 기준 이상 실내장식물 등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위반 횟수에 따라 처벌이 따른다. 1차 위반 시 300만 원 이하 과태료, 2차 설치 명령, 3차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이 부과된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스프링클러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을 각각 30%씩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의료기관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는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는데 2021년부터 8억 7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설치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해마다 관련 예상을 편성하고 있다.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안에도 반영한 상태다.
문제는 비용 지원 대상인 의료기관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스프링클러 설치비 지원대상 병원 46곳 중 23곳이 중도 포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재정난, 스프링클러 설치기간 4년 유예에 따라 비용 절감 등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 보니 예산 집행률도 터무니없이 낮아 국회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는 관련 예산 8억 7000만 원 중 5200만 원만 집행해 실 집행률이 6.7%에 그쳤다. 처음 비용을 지원했던 2021년에도 8억 7000만 원의 예산 중 5억 9800만 원 집행에 그처 71.8%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복지부는 이를 규제하기 위하여 내년부터는 비용 지원을 제한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는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 신청 이후 중도 포기한 의료기관은 비용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 중도포기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와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미설치 기관은 소방점검, 집중안전점검 등을 통해 신속한 설치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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