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의사 증원 여론에 편승해 ‘한의사 역할 확대’를 거듭해 요구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도 전문의 배출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한의사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한의사 진출할 수 있는 분야로는 건강검진, 감염병 대응, 주치의제와 공공의료 등을 스스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현재 붕괴 위기에 처할만큼 극심한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분야 의사 인력 부족은 ‘이기적인 의사들 탓’이라고 비난했다.

31일 대한한의사협회 홍주희 회장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주최로 열린 ‘한의사의 필수의료 참여와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 토론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홍 회장은 “인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그 때는 필수의료인력 부족 사태도 없었고 응급실 의료전달시스템이 망가지지도 않았다”며 “10년 사이 의사가 3~4만명 늘었는데도 이 같은 현실에 처한 것은 의사들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먹거리 찾기에만 바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부, 미용 등 비(非)필수의료에 의사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국민들은 의사들을 찾아 대기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의사 수가 객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언제 의사를 양성헤 그들에게 국민건강을 맡길 수 있겠나.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준비된 한의사들이 전국 2만 5000명이 있다. 충분한 교육과 임상, 연구 경험을 갖춘 역량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들이 감염병 관리, 통합돌봄 사업 등 필수의료와 공공의료에 참여한다면 단기적으로 무너진 의료전달시스템을 재건하고 장기적으로 부족한 의료인력 수급 갈증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았던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송호섭 이사장은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의사 양성을 위해 한의과대학에서도 역량 중심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미 한의대 12곳에서 ▼기초한의학 ▼임상한의학 ▼의생명과학 ▼인문사회과학 ▼교양 등 공통 교과를 도대로 교육하고 있으며 임상교육도 조직학, 해부학, 양방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등으로 이뤄지며 현재 1,500시간으로 확대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대 교육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건강검진 ▼감염병 대응체계 ▼주치의제 참여 ▼공공의료 참여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송 이사장은 “한의사 진단기기 사용 권한을 확대하고 인정하는 추세지만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한의 의료기관에서 실제 사용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의 기본 진찰 방법에서 진단기기 사용이 확대되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확대할 수 있고 일차의료에서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감염병 대응에 한의사 참여 확대로 의사 인력 부족 상황을 해소하고 국가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대처로 국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감염병 치료에 대한 한의약의 경쟁력 확보로 해외 의료시장 진출도 가능하다”며 “한의사 보수 교육과 졸업 후 교육과정 등을 통해 전환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도 한의사의 역할 확대에 긍정정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사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보건복지부 김우기 한의약정책과장은 “초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방성격을 갖는 한의약은 노년층 수요가 많다”며 “지역 건강복지 증진을 위해 한의약의 일차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새로운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한의약 건강 돌봄사업이 지역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델을 확립하고 전국 단위로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역량 강화 일차중심 모형개발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일차의료와 공공의료에서 한의약 역할이 강화되도록 정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