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하향’ 코로나19 검사비, 5만 원 넘는 곳도 “부담되는 가격”

- 8월 31일부로 감염병등급 4급으로 하향돼 독감과 동급... 환자부담금 증가
- 검사비 천차만별, 일반환자 2~5만 원 상당 내야 검사 받을 수 있어

여전히 매일 4만 명에 육박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지난달 31일부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중단이 이뤄지면서 의심 환자들이 쉽사리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급여로 전환된 이상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용과 높아진 가격부담으로 검사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높은 것이다.



지난 31일,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된 첫날, 이비인후과의 접수창구에는 ‘신속항원검사 비급여화’를 안내하는 공지글이 여기저기 붙어있었고, 직원들도 이를 환자들에게 설명했다. 병원 입원 및 보호자를 제외한 일반 신속항원검사는 ‘진료비 포함 3만 원’ 등 가격을 명시한 안내문도 많았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일반 시민들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신속항원검사의 비급여화로 인한 검사 비용 상승이다.

이날부터 PCR(유전자증폭) 검사와 신속항원검사 비용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먹는 치료제를 투여해야 하는 대상(60세 이상 고령자, 12세 이상 기저질환자 및 고위험 입원환자, 응급실 및 중환자실 재원 환자)에게만 적용됐다.

이에 고위험군과 입원환자의 경우 여전히 8000~9000원 수준이면 검사 받을 수 있지만 이 날부터 일반 검사자는 2~5만 원에 이르는 검사비를 지불해야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선별진료소 500여 곳은 당분간 계속해서 운영될 예정이지만 이 곳에서도 무료검사는 중단된다. 기존엔 개인이 양성으로 판단된 자가진단 키트를 동봉하면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60세 이상, 요양병원 종사자 등에만 제공된다.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검사비 상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이날 검사를 받은 A씨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뒤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까지 받았다. A씨는 “오늘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접수할 때 유료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주 당황했다”고 전했다.

A씨는 가족이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보호자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했고, 온 가족 4명이 2만 원씩 검사비를 내고 검사받았다. PCR 검사도 추가로 해야 했던 탓에 6만 원을 추가로 지불하기도 했다. A씨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하향하면서 신속항원검사를 비급여로 전환한 것은 실질적 ‘엔데믹’ 선언이기도 하다.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하고 일상에 녹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검사비의 상승은 의심 증상자들의 검사 접근성을 떨어트려 대규모 확산이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8월 22~28일 일 평균 확진자 수는 3만 6700명, 사망자 수는 17명이다. 정부가 감염병 등급을 조정하며 엔데믹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시민들의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에서 신속항원검사 비용 부담으로 인해 오히려 재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고 평균적으로 너무 비싸다”라며 “5만원이면 검사를 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검사 비용을 2만~3만원 수준으로 낮추거나 일정액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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