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판례 뒤집고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사용 한의사에 무죄 선고
- ‘초음파 진단기기’ 허용하며 만든 판단 기준에 뇌파, 엑스레이까지 연이어 허용
- 의협 한방특위 “현행 이원화 의료체계를 ‘땅따먹기’ 혼란에 빠트릴 것”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뇌파계 진단기기가 한의사에게 허용되더니, 이제는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마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 없는 진료라는 판단이 법원에서 나왔다. 이에 의료계가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13일 수원지방법원은 한의사의 업무 범위 밖으로 인정되던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실시한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소아 환자의 성장판 검사를 시행하며 저선량 휴대용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2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지난 2019년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골밀도 측정기를 "성장장애나 저성장증에 대한 전통적인 한의학적 진단방법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했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가 '영상 진단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이어 "골밀도 측정기는 피검자 손을 기기에 올리면 골밀도 값을 측정한다. 기기는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성장추정치를 자동으로 추출한다"며 "그 측정 결과 해독에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의사 A씨가 실시한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와 목적, 태양과 교육 정도, 경력 등을 비춰봐도 당시 A씨가 골밀도 측정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한 행위가 명백하게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았다거나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기기로 측정한 골밀도 값이나 촬영한 성장판 부위를 기초로 영상 진단 행위를 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며 "기기에서 추출된 성장추정치를 진료에 참고하거나 환자에게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 서양의학적 진단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1년 비슷한 사건에 있어 대법원은 한의사의 해당 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활용해 성장판 검사를 해온 한의사에게 대법원이 “10mA/분 이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안전관리 규칙에서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면제 대상은 종합병원, 병원, 치과, 의원를 비롯한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의무 등이 부과되어 있는 의료기관만을 전제로 한다”며 한의사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현대기기 사용과 관련해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합법으로 판단했고, 그 이후 해당 기준에 따라 법원 판결의 흐름이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올해 들어서는 뇌파계 진단기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고, 이런 법원의 판단 기조가 이번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허용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의 최종 선고는 14일 선고된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원의 이러한 행태가 결국에는 이원화되어 있는 면허체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 한방대책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더 자세한 사항은 아직 파악중”이라면서도 “분명한 것은 지난해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새로운 기준이 마련된 이후 이런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당시 대법원 전합은 이원화된 면허 체계를 부정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고 설명했고, 한의사의 사용에 대한 급여화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며 “판결 자체는 의료일원화 관점에서 내려놓고 밝히기는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판결이 계속되면 진료의 모든 분야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제도 정비도 아니고 의료계와 한방이 서로 ‘땅따먹기’ 하듯 대립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면서 “14일 초음파 사용 관련 최종 선고가 나온다면 상황이 더욱 명료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기성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