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채용을 줄이는 대학병원... 간호대생은 '비상'

- 서울대병원 6년 새 최저 50명 채용…연세의료원 900→320명
- 상반기 취업 실패한 고스펙 간호대생 하반기 도전 전망
- 간호대 증원으로 취업난 악화 우려…"중소병원 처우개선 필요"

간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는 취업 준비에 나서게 된 간호대생들은 정작 '취업난'을 호소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 채용이 올해 상반기에 진행되었는데, '빅5병원'을 포함하여 일부 대학병원이 채용 인력을 코로나19 여파 등을 이유로 줄이게 되면서 하반기 지원자들이 늘어나 취업난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간호사 모집은 대개 상·하반기에 나눠 진행된다. '빅5병원'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은 상반기에 채용을 진행한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빅5병원 포함한 일부 대학병원에서 채용 인원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은 6월에 시작한 상반기 신규 간호사 채용에서 최근 5년 간 가장 적은 인원인 50명을 채용했다. 서울대병원은 ▲2018년 450명 ▲2019년 380명 ▲2020년 378명을 각각 신규 채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이었던 2021년, 2022년에도 각각 284명·250명을 채용했다.올해는 지난해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병원 통합 채용을 진행하는 연세의료원도 5월 진행한 상반기 채용에서 320명을 채용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018년 600여명을 채용했다. 2019년에는 20202년 개원 예정이었던 용인세브란스와 별개로 네 자릿수 인원을 채용했다. 이후 ▲2020년 698명 ▲2021년 723명 ▲2022년 927명을 뽑았다.

이밖에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대비 신규 채용 인원을 10~15%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채용을 진행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와 채용인원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은 채용 인원 증감분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간호사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인 대학병원들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건국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세 자릿수의 인원을 채용했으나 올해에는 그 숫자를 두 자릿수로 줄였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288명) 보단 소폭 감소한 260명을 채용했다. 경희대병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원을 채용했다고 전했다.

상반기 간호사 신규 채용을 줄인 병원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을 꼽았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19에 대응할 간호 인력이 필요해 많이 뽑은 경향이 있다”며 “올해 (채용)인원은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도 서울대병원과 비슷한 이유로 올해 채용 인원이 줄었다고 했다.

(위에서부터) 2022년·2023년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건국대병원 채용 공고 이에 간호대생들은 하반기 대학병원 취업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등이 하반기 채용을 진행한다.

올해 취업에 나선 간호대 4학년생 A씨는 “작년이 ‘불취업’이었으면 올해는 ‘용암취업’으로 불릴 정도”라며 “빅5병원 등 대학병원이 채용인원을 줄이면서 작년에는 합격했을 성적이었던 사람들도 대부분 불합격했다. 웬만해선 붙을 것 같던 친구들도 떨어지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A씨는 "(간호대 졸업 후) 처음부터 종합병원을 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성적이 좀 모자랄 때 종합병원을 지원하지 웬만하면 빅5병원 아니면 대학병원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길 원한다"며 "대학병원들이 (상반기) 적게 (간호사를) 뽑으면서 취업문이 더 좁아진 것 같다"고 했다. 간호사 커뮤니티에도 대학병원 취업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적잖다.

글을 올린 간호대생 B씨는 "상반기 채용 인원이 줄은 만큼, 성적이나 토익점수가 높은 취준생들이 자연스럽게 하반기에 몰리면 서류에서부터도 탈락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대생 C씨는 "지난해 채용을 많이 해서 올해보다 합격컷이 낮았다고 들었다. 올해 상반기 취업 못한 성적 높은 학생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합격컷이) 올랐을 거다. 토익 900점은 찍어야 서류합격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매년 늘어나는 간호대 정원으로 대학병원 취업난은 심화될 것이 자명해, 신규 간호사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리지 않도록 중소병원 근무 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간호 인력 부족을 이유로 간호대 입학 정원을 지난 2019년부터 매년 500~700명씩 늘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1만7,578명이었던 입학 정원은 ▲2012년 2만1,812명 ▲2015년 2만3,621명 ▲2017년 2만3,843명 ▲2020년 2만6,301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 입학정원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간호대 4학년생 D씨는 “정부가 간호대생 증원을 결정했을 때 간호대생의 취업 '니즈(Needs)'를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간호대생이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작은 병원에서는 미래 계획, 급여, 처우 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작은병원에서도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때”라고 말했다.

간호계 관계자도 “간호사가 부족한 건 사실이기에 간호대생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의료현장은 늘어난 간호사를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대학병원과 작은병원 간 급여 차이가 2.4배에 달하는데 누가 작은 병원에 가고 싶겠나. 정부가 지역사회로 간호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지도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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