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급여 보고에 본인 확인까지 첩첩산중
- 인건비에 행정 부담 고스란히 병의원 몫
- "행정 부담, 부실 보고 알면서 방치"
개원가가 넘쳐나는 '서류 폭탄'에 몸살을 겪고 있다. 감염 관리 강화와 비급여 진료 보고, 환자 본인 확인까지 업무는 쌓여가는데 직원 구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행정 지원조차 부실하다.
서울에 있는 외과 의원 A원장은 최근에 만났던 자리에서 늘어나는 행정 부담에 개원가가 "난리통"이라고 하였다.
A원장은 "비급여 보고에 앞으로 감염 관리까지 행정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며 "대형병원은 전담 부서를 두지만 우리 같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작은 병원은 환자 보면서 서류 작업까지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원장은 "지금 하는 업무나 앞으로 예정된 행정 업무를 다 소화하려면 인건비만 월 1,000만원 이상 더 써야 한다"며 "비급여 진료는 어려워지고 인건비는 더 써야 하면 병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소리나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도 힘들어하고 서류 업무 때문에 진료를 못 볼 지경이라 일단 이달 내 1명 더 채용하기로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채용 걱정은 차라리 '행복한 고민'에 속한다. 비수도권은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 지역 내과 의원 B원장은 "지금 있는 직원도 그만두면 후임자 구하기 깜깜한데 추가 채용은 엄두도 못 낸다"며 "일 많이 시키는 병원이라는 말 나오면 지원 더 안 한다. 결국 원장이 진료 다 끝나고 야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내년 상반기 시행되는 환자 본인 확인 검사도 걱정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내원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확인이 의무화됐다. 신분증 확인이 부실하면 행정 처분까지 받는다. 그러나 환자 협조 구하기가 쉽지 않아 우려가 높다.
B원장은 "(신분증 검사 시행 예정) 안내문을 보고 벌써부터 이거 왜 하냐고 직원들 나무라는 환자들이 있다. 괜히 '기분이 나쁘다'는 거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한 차례 큰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은 곳곳에 '누수'를 일으킨다. 의료기관들이 '기한' 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내용'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지원이나 지침조차 없다는 게 개원가 입장이다. 의사회 임원인 C원장은 20일 통화에서 "정부 행정 편의주의가 도를 넘었다. 최소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C원장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이대로 하라'면서 수십장 짜리 한글 파일 던져 놓고 끝이다. 최소한의 교육이나 안내도 없다. 따라 한다고 해도 (보고가) 부실한 곳이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C원장은 "행정 부담은 정부도 다 안다. 개인 의원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고 업무가 필연적으로 부실해진다고 다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다고 이미 말했다'면서 두고 보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 부실을 뻔히 알면서 억지로 시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가 편하려고 국민을 못 살게 구는 셈이다. 모든 것이 반대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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