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도카인+봉침액 주사 놓은 한의사, 벌금형 약식 재판 불복해 정식 재판 요구

- 한의사 업무 범위 벗어나는 ‘리도카인’ 사용으로 벌금 800만 원 약식 명령... 정식재판 요구
- 마취통증醫 “치명적 부작용 우려 ‘리도카인’ 전문 의사만 처방할 수 있어”

한 한의사가 리도카인 주사액과 봉침액을 혼합해 환자들의 통증 부위에 직접 주사해오다 적발된 가운데 해당 한의사가 의료법 위반 등으로 800만 원의 벌금 약식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관련 재판은 11월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해당 사실을 접한 의료계에서는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불법 사용을 근절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 2017년 3월경 경기도 오산의 한 한의사가 환자에게 리도카인을 투약했다가 환자가 부작용 등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및 업무상 과실치사로 의약품 공급업체를 약사법 위반(의료법 불법유통)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으나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형 약식기소를 받았고 업무상 과실치사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 함께 기소된 의약품 공급업체에는 약사법 위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려 의료계가 분노했었다.

당시 의약품 공급엄체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의협은 항고했으나 당시 서울고등검찰청은 항고를 기각해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의협의 재항고에 대한 대검찰청이 올해 2월 14일 보완 수사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재기 수사 명령을 내렸으나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2017년 해당 사건 직후 의협과 약사회는 의약품 공급업체가 한방의료기관에 전문의약품을 남품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약사법 개정안 입법을 요구했으나 6년째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관련 법안의 개정이 지지부진한 사이 또다시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불법 사용한 사건이 벌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당시 검찰이 의약품 공급업체가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선례로 인해 한의협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이 허용된 것이라고 해석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21일 공동 성명을 내고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엄연한 불법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검찰 및 법원은 한의사의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 사용을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고 벌금형을 선고하고 있다. 판단하고 벌금형을 선고하고 있다”며 “또한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3항에 의하면 한의사는 한약을 조제하거나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권한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도카인’은 국소마취제이자 부정맥 치료제로 과량 사용하거나 혈관 및 뇌척수 부위로 잘못 투여될 경우 어지러움, 경련, 저혈압 및 호흡억제 등의 부작용은 물론 극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른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리도카인을 어깨 위쪽이나 두경부 근처에 투여할 경우 뇌척수 부위로 투여될 위험이 있으며 소량에 의해서도 뇌 기능이나 심장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학회는 “리도카인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사용돼야 하며 부작용 발생 시 적절한 처치가 가능한 의사만이 처방해야만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또한 전문의약품의 공급 체계와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국민 건강과 국가 보건 체계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마취통증의학회와 의사회는 한 목소리로 “당국이 한의사의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의 처벌을 강화하여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국회가 의협과 약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7년 사망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약품 공급 체계를 바로잡는 입법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