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시경 검사 후 장천공 발생해 사망, 의사·병원 손해배상”

- 내시경 검사 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환자 유가족, 병원·의사 측에 손해배상 청구
- 인천지법, 의료진 주의의무 소홀·전원 지연 등 의료진 과실 일부 인정
- “검사 도중 장 천공 발생했으나 이에 대한 의료진 조치 늦어” 지적

법원이 내시경 검사를 받다 장 천공이 발생해 사망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 과실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검사를 진행한 소화내시경과 전문의와 병원이 공동으로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 측이 병원의 의료진과 운영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1억 30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이를 인용해 2500만 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의료진과 운영법인 양측이 공동으로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사망한 환자 A씨는 지난 2022년 2월 B병원에서 후방 요추체간유합술과 감압 후궁절제술을 받고 입원했다. 3월이 되자 A씨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7.8까지 감소해 3일 소화기내과에서 위장관내시경 검사와 직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C씨는 직장내시경 검사 중 구불결장 윈위부부터 고형 분변이 남아 있어 내시경 진입이 원활하지 못하자 관찰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오전 11시 12분경 검사를 종료했다. 당시 A씨는 복통이나 출혈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후부터 A씨가 불편감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증상호소 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경 저혈압과 39.2도의 고열 증세를 보였으며, 그 다음날 오전 8시경에는 반발압통도 발생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이날 오전 11시경 복부 CT를 촬영하고 12시경 환자 가족에게 검사 결과 장 천공을 보여 확인 후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영상을 판독한 영상의학과가 하부장관 쪽 천공의 의심된다고 회신하자 의료진은 하부외장관외과에 수술을 의뢰했으나 수술 담당 전문의가 부재해 응급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고, 이에 4시경 환자 가족 측에 긴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병원 사정상 불가능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 고지하고 인근의 D병원 등에 전원 문의를 했다.

이날 오후 7시 15분경 D병원으로의 전원이 허가되어 A씨는 오후 8시 47분경 D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전원은 환자 가족 측이 마련한 사설 구급차로 이송됐으며 당시 B병원 재활의학과 전공의가 동승해 D병원 의료진에 소견서를 전달했다.

D병원 의료진은 A씨가 전신성 복막염과 대장내시경으로 인한 S상 경장천공이라고 진단 내리고 오후 11시 30분경 하트만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A씨는 수술 직후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D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결국 같은 달 25일 숨졌다. A씨의 사망 진단서에 따르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었으며 진단서에는 처치 중 내시경에 의한 기관의 우발적 천공으로 범발성 복막염이 발생했다고 기재됐다.

이에 유가족은 내시경 검사를 진행한 B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C씨를 비롯하여 B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장천공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받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1억 3000만 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법원도 B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B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장천공이 생겼다고 봤다.

법원은 “A씨가 전원한 D병원 수술 기록을 보면 복막반전 상방 구불결장 전벽에 3cm의 크기인 천공이 확인된다. 이 부위는 구불결장경내시경 검사나 직장경내시경 검사로 손상될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상 A씨 분변에 내시경 선단으로 강하게 눌린 자국과 근접 부위 점막 손상, 점막하 조직이 드러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검사 전 A씨의 상태와 검사 진행 과정, D병원의 수술 소견서 등을 고려하면 내시경 검사 중 내시경 선단으로 구불결장 전벽 부위가 손상되면서 장천공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소염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한 고령 환자이고 대장 부위 감각신경이나 장천공이 발생했을 때 통증 특징을 고려하면 A씨가 검사 중 또는 검사 직후에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해서 검사 도중 장천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시경 검사는 상대적으로 금기에 속하는 침습적인 처치이고 복부CT 등 비침습적 검사를 고려하는 게 통상적인 의료행위 계획이다. 내시경 검사가 무리한 검사가 아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이후에도 의료진이 경과 관찰을 소홀히하고 장천공에 대한 처치도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검사 당일 오후 9시경 의료진은 변비약을 투여하고 관장 처치를 했다. A씨가 ‘변의는 있으나 변이 안 나온다’고 호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염증 반응이 진행하는 경우에도 보일 수 있는 호소이므로 더 주의 깊은 평가가 필요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즉시 다른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관장 후 오후 10시경 A씨가 39.2도로 전보다 더 높은 발열 증세를 보이고 혈압 저하와 맥박 상승 등이 나타나 급격한 염증 반응 진행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단순 해열제만 투여하고 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검사 당일 오후 9시부터 10시경에는 의료진이 A씨 장천공을 의심할 여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B병원 의료진이 전원 조치를 지연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였다.

법원은 “의료진은 검사 다음날인 오전 8시경 환자 A씨의 반발압통을 확인하고 오전 11시 6분경 복부CT 검사를 했다. 그러나 (수술을 위한) 외과 협의 진료 회신은 그날 오후 3시 45분경에나 이뤄졌다. 전원 조치는 거기서 4시간 가까이 더 경과한 오후 7시 30분경에나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료진이 D병원에 A씨 상태를 구두로 전달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소화기내과 전문의 C씨와 B병원 운영 법인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해 유가족 측에 총 25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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