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사 없는 의원에서 일하던 피부관리사, 의료법 위반”

- 의사 없이 피부관리사와 직원들로만 운영된 의원 적발
- 대전지법, 피부관리사 A씨에 의료법 위반 혐의 인정... 선고는 유예
- 재판부 “미용목적이더라도 의료기기 사용한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

법원에서 의료인이 아닌 자격이 없는 사람이 미용목적으로 의료기기를 환자에게 사용했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단속에 덜미가 잡힌 해당 의원은 의사 근무 없이 피부관리사 등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부관리사의 혐의를 인정했으나 선고는 유예했다.

A씨는 B의원에서 근무하던 피부관리사로 지난 2021년 9월 의사 지시 없이 초음파 자극기(LDM-SMART)를 이용해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행해온 혐의로 기소됐다. B의원은 의사 C씨가 개설했으나 근무는 하고 있지 않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을 때에도 B의원에는 피부관리사 A씨를 비롯해 일반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었다.

A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며 미용 목적인 피부관리만을 했을 뿐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미용 목적의 피부관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법을 고의로 위반하지 않았다.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환자 얼굴에 젤을 바르고 초음파 자극기를 사용해 쓸어 올린 것이 전부”라며 “신체에 대한 부작용이나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정당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의료기기는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있으며 피부 유형에 따라 치료 모드와 치료 횟수 등을 다르게 해야 하는 기기다. 단순히 피부를 관리해 용모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용도 뿐만 아니라 여드름 치료나 흉터 치료 등 의학적인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이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의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의 개별적인 진료와 시술행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칫하면 보건위생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피부관리사로서 피부 관리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나 의료인으로서 자격은 없다. 공중위생관리법상 피부미용업 규정이나 의료기기 특성을 비춰봤을 때 A씨가 단순히 피부미용업에 해당하는 피부 관리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A씨가 주장한 사회통념상 정당행위에 가깝다는 주장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일하는 B의원을 개설한 의사는 이 곳에서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 단속 당시에도 의원 내 의사 없이 직원들만 근무하면서 시술행위를 하고 있었다”며 “A씨의 행위는 위료법을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사용자나 다른 직원의 지시 아래 시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환자에게 부작용이나 신체적 위해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를 참작해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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