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최대 1,000명 늘린다’ 정부 발표 앞두고 의료계 대폭발 “늘려도 정부 뜻대로 안 돼”
- 최대 1,000명 규모의 의대 정원 증원 움직임에 의료계서 극심한 반발 나와
- 대개협 “필요하면 강력 투쟁까지도 나설 것” 지난 2020년처럼 총파업 시사
- “증원이 아닌 제도 개선을 통해 전문의 재배치 해야”
정부가 금주 내 최대 1,000명 규모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의료계가 분노하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사 인력 증원에 나서면 지난 2020년처럼 의료계 단체행동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고도 경고했다.
지난 15일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이날 열린 추계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정부가 정치적인 이해만을 가지고 의대 정원 증원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의료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정부가 밀어붙이는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논의에 관련해서도 “그저 대통령의 뜻, 누군가의 의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현장 의견 수렴이나 절차 없이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고 있다”며 “의사 증원이 필요한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증원하자고 하는 말 뿐이며 10년간 최대 1만 명 규모의 인력을 증원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 회장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면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며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더. 파업이든 투쟁이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는 17일 대한의사협회 전국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어떤 결정이든 대개협은 여기에 힘을 보태겠다”며 “만일 더 강력한 투쟁 단체가 구성된다면 회원을 동원하고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의료계의 집결을 촉구했다.
현재 의료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 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재배치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수가 부족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넘친다. 필수의료 전문과 진료를 못하는 상황일 뿐”이라며 “의사를 구속하고 10억 원대 배상 책임을 묻는데 어떤 의사가 외과나 위험질환을 다를 수 있겠나. 전문의가 본인의 전문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배치 하는 것이 인력 증원보다 먼저”라고 설명했다.
인력 재배치를 위해서는 저수가 기조에 묶인 필수의료의 수가 정상화와 법적 책임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수가를 주고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시행한 뒤에도 부족하다면 그 때 의대 정원 증원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인력을 재배치 한 뒤에도 정말로 의사가 부족하다면 인력이 얼마나 더 필요하고 증원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증원 규모를 의료계와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지 지금처럼 무작정 ‘의사 1,000명을 증원하면 필수의료 해결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 역시 대개협의 의견에 동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민사소송 가이드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회장은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결과는 형사 책임을 면제하고 민사 배상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의 효과를 보기 위해 1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 두 가지만 마련되어도 필수의료는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제도 개선 없이는 의사 인력을 500명, 1,000명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필수의료 살리기’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몇 명을 하더라도 최소 30~40%는 일반의로 빠질 것”이라며 “지금도 일반과의사회 절반이 본인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 의원으로 개원한 회원이다. 갈수록 그 수도 늘어나고 있고, 이미 일반과의사회 규모가 내과 다음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좌 회장은 “지금 의사들은 몇천 원짜리 수가를 받고 진료를 하다 몇억 원에 이르는 소송을 당하고 있다. 그 현실이 힘들어 미용성형 등으로 빠지는 것이다”라며 “미용성형 시장도 이제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억대 소송을 당해도 이 시장은 500만 원, 1000만 원짜리 진료를 하니 의사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 의협 대의원회와 집행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한다. 전국대표자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청하겠다”며 “필요하다면 투쟁까지 건의하겠다. 정부가 지금처럼 강압적인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한다면 지난 2020년처럼 필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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